시중금리 상승에 채권 평가이익 급감…4분기 증권사 실적 '타격' 전망
입력 2025.12.12 07:00
    국고채 3년물 금리, 9월 2.4%에서 12월 3% 돌파
    금리 급등으로 증권사들 채권 평가이익에 악영향
    "금리 급하게 올라 팔지도 못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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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 발표에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소폭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 채권으로 수익을 봤던 증권사들이 4분기에는 금리 증가세로 인한 실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34%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하고, 시장이 한은의 기조를 '인하 사이클 종료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도 계속 오르는 모습이다. 지난달초 최저 2.729% 수준이었던 국고채 3년물은 이달 들어 3%를 돌파하는 등 한 달 만에 30bp(1bp=0.01%포인트)가량 증가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4분기 증권사들의 채권 운용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변동성으로 인해 채권 평가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채권시장 호황으로 채권이 증권사 S&T(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부문의 실적을 견인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각 사 공시에 따르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채권 평가차익은 2분기와 비교해 감소한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누적 채권 평가차익은 2분기 1002억원에서 3분기 311억원으로 줄었으며,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658억원에서 176억원, NH투자증권은 1772억원에서 1541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162억원에서 179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미래에셋증권은 1432억원에서 311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1149억원에서 179억원으로, 삼성증권은 544억원에서 마이너스(-)179억원으로 줄거나 적자 반전했다. NH투자증권만 1314억원에서 1541억원으로 소폭 이익이 증가했다.

      채권 평가차익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시장가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차익을 의미한다. 포지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채권 등 안전자산을 편입하는 대형사들은 적지 않은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3분기 별도기준 미래에셋증권 36조6800억원, 한국투자증권 28조5700억원, 삼성증권 21조9200억원 등이다.

      3분기에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줄어 트레이딩 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곳도 있지만, 4분기에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4분기 트레이딩 컨센서스로는 미래에셋증권 1600억원, NH투자증권 1700억원, 삼성증권 812억원 등이 제시되는 등 3분기 실적보다 낮은 수치가 관측된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관계자는 "금리가 최근 한 달 새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올해 빠졌었던 하락분을 모두 반납했다"며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다들 채권을 시장에 팔지 못하고 있어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이 쭉쭉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 부문을 담당하는 금융 연구원도 채권 평가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 금융 연구원은 "아직 증권사별 4분기 실적 전망을 말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채권 평가이익 감소 전망을 감안해 각사별 트레이딩 손익의 컨센서스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사는 11월께 미리 국내채권 북(book·운영한도)을 줄여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만기까지 보유할 채권이 공시에 손실로 잡히는 경우도 있어 내부적으로는 고민도 있다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보유를 목적으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신탁부 등 부서들에도 평가손이 적지 않게 잡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당장은 상관없더라도 손실이 잡혀 있는 만큼 부서 평가에 악영향이 갈 수 있어 담당자들은 골치 아플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