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휴머노이드ETF 한주간 62억 순유입…中 테마는 순유출세
업계 "피지컬 AI 패권 경쟁 본격화…당분간 美 우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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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로봇을 차세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직접 언급한 이후 피지컬 AI 테마 전반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로봇·자동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반등하고 투자금 유입도 늘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ETF에서는 미·중 국가별로 상반된 수급 흐름이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미국 테마에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반면, 중국 테마는 순유출과 혼조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수치에서도 수급 온도 차는 분명하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는 지난 8일 1만6570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기록한 뒤 12일에도 1만64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등락은 있었지만 전체 흐름은 우상향이다.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 기준 27억1800만원이 순유입됐고,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11억5400만원이 들어왔다. 지난달 21일 이후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4일 고점(1만6450원)을 기록한 이후 12일 기준 1만62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 기준 166억8800만원이 순유입됐고,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62억1700만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반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ETF의 흐름은 다소 다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는 지난 10월 10일 1만5009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12일 장중 1만3055원까지 밀렸다.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 기준 44억5800만원이 순유출됐고, 최근 일주일 동안도 3억9500만원이 빠져나갔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12일 기준 고점(1만2514원) 대비 약 15.7% 하락한 1만55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 기준으로는 3억600만원 순유출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격차가 단순한 기술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리스크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와 생산 능력에서는 경쟁국인 미국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보안과 지정학적 변수에 대한 경계가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로봇 기업을 둘러싼 보안 취약점 논란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과 물류, 공공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면서 '로봇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가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 일부에서 실제 해킹 취약 사례가 공개되면서, 기술력과 별개로 테마 ETF에 대한 투자 판단이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중국 로봇 전문기업 유니트리가 제조한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서 원격 해킹을 통해 기기 통제가 가능하다는 보안 문제가 공론화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산 AI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 역시 중국 로봇 산업의 중장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반대로 미국 로봇 테마에는 트럼프발 정책 기대가 직접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로봇을 제조업 리쇼어링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관련 행정명령 검토에 나섰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피지컬 AI 투자가 '국가 전략 산업'이라는 프레임으로 재해석되는 분위기다. 기존 반도체 중심의 AI 사이클이 로봇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도 미국 테마 ETF로의 자금 유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운용역은 "기술력과 인프라 측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미·중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테마는 기술 격차보다도 어느 국가의 산업·안보 전략에 편입돼 있느냐가 더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되고 있다"며 "미국은 정책 지원과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작동하는 반면, 중국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보안과 제재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어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둘러싼 미·중 경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대중국 제재라는 수단을 쥔 미국을 중심으로 당분간 자금 흐름이 더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