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이관엔 다수 출자자 동의 필요…공제회 접촉 확대
힐하우스 인수·대주주 심사도 불확실성 커져
-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 출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다른 출자자(LP)들도 위탁운용사(GP) 교체에 동참할지 관심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논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주요 공제회들을 잇따라 접촉하며 분위기 다독이기에 나섰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전날 한 주요 공제회와 면담을 진행했다. 매각 과정에서의 정보 유출설과 국민연금의 출자 철회설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주요 LP를 직접 찾아 현안에 대한 설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과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다른 LP들 역시 이지스자산운용에 소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이지스가 주요 출자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설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과의 문제 역시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LP 다독이기에 나선 배경에는 국민연금의 GP 교체 검토가 다른 주요 출자자들의 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지스운용의 경영권 매각 절차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GP 교체 가능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변경 시 핵심 인력 이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의 정보가 사전 동의 없이 제공됐다는 점을 문제 삼아 이지스운용 경영진으로부터 소명을 받는 등 양측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된 모습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지스운용은 지난 12일 '국민연금 펀드 정보 제공' 논란과 관련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통상적인 M&A 실사 절차의 일환이었을 뿐 정보 유출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판단이 개별 기관의 사안을 넘어 다른 출자자들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다수의 출자자가 참여한 펀드의 경우 펀드 이관은 통상 출자자 전원 동의 또는 최소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단독으로 출자한 펀드가 아닌 이상 다른 출자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이지스운용이 이들의 민심을 다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펀드 이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마곡 원그로브, 스타필드 고양, 역삼 센터필드의 경우 국민연금이 단독 출자했거나 국민연금 외 LP가 한 곳에 그치는 등 펀드 지배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연금은 공식적으로 "해당 부서에서 기금 운용 원칙과 규정에 따라 검토 중이고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내부적으로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역삼 센터필드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이지스자산운용 측에 이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운용사 교체를 염두에 둔 후속 절차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운용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매각 및 펀드 이관의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과 이지스자산운용 간의 오랜 악연에 주목하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지스운용 최대주주의 경영권 매각 과정과 관련해 매각 경위와 잠재적 원매자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사전은 물론 사후에도 충분한 설명을 받지 못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의 이지스운용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P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자체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금융당국 역시 흥국생명이 제기한 법적 논란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