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상승에 차환 부담, 신규 거래도 줄어
생산적 금융 일까지 겹치며 내년 준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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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인수금융 시장은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군불을 때야 내년 초 성과를 낼 수 있는데 현재 투자 시장엔 대형 거래가 딱히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 금리가 꿈틀대면서 올해처럼 리파이낸싱 거래 호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인수금융 분야에 힘을 줬던 금융사들의 실적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 금리는 2022년 하반기 정점을 찍은 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다가 2023년 하반기부터 하향세로 돌아섰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서 과거 높은 금리로 빌린 인수금융을 차환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2023년에 7%로 빌린' 대출금이 올해 인수금융 시장의 주요 영업 주제였다.
올 상반기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한앤컴퍼니의 쌍용씨앤이·에이치라인해운·SK스페셜티, IMM PE의 에어퍼스트 등 조단위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거래가 시장을 달궜다. 이 외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서브원, 어펄마캐피탈 등의 교보생명, VIG파트너스의 프리드라이프 등 수천억원대 차환 거래도 꾸준히 이어졌다.
내년 상반기 분위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웬만큼 굵직한 자산은 리파이낸싱을 마친 데다, 올 하반기 들어 다시 시장 금리가 반등하며 차환의 실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채 5년물 금리는 올 상반기 중 최저 2.394%였으나 반 년여 만에 1%포인트가량 올랐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
한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관측 이래 가장 빠른 기간에 시장 금리가 1% 올랐다"며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할텐데 연초에 금리가 또 오르는 모습을 보이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규 거래도 많지 않은 분위기다. 기업은 사업조정을 계속 이어가겠지만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매물은 많지 않다. 울산GPS, 어프로티움 등 일부 대형 거래가 진행 중이고, 사모펀드(PEF)들도 연말에 포트폴리오 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각광받고 성사될 거래는 손에 꼽는다는 지적이다.
금융사 입장에선 지금부터 논의에 들어가야 내년 상반기 중 자금을 집행하고 실적을 쌓을 수 있다. 적어도 수천억~조단위 거래를 잡고 있어야 내년 살림 관리가 편한데 현재 대부분은 별다른 논의가 없는 분위기다. 지금 진행되는 것은 대부분 위험성이 크거나 거래 난도가 높은 것들이다.
다른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지금쯤 큰 딜을 잡고 있어야 내년이 편한데 시장에 거래가 뜸하다 보니 외부 미팅을 많이 해도 건지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국민성장펀드 출범이 겹친 영향도 있었다. 4분기 중 금융지주 소속 은행과 증권사의 투자금융 부서 직원들 상당수가 '생산적 금융' 업무에 차출되면서 내년 먹거리를 준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어 금융사 인사 시즌에 접어들며 다시 업무 소강 상태에 접어든 모습이다.
각 시중은행들은 작년 말 승진 인사를 통해 인수금융 분야에 힘을 줬는데 내년 시장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시중은행과 대형 증권사 외에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 등 신진 세력이 부상하며 시장 경쟁 강도가 심화한 것도 내년 시장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