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내고도 수천억원 이상 확보
한국證 IPO 주관사 지위, 한투PE 거래 성사의 키
그룹 전권(全權)은 점점 김동관 부회장으로
김동원·김동선, 각각 금융·유통 영향력 확대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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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오너가 둘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셋째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가족회사인 한화에너지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분 매각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승계를 위한 자금줄이 될 핵심 회사인만큼,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유지한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후계구도가 보다 명확해진 것이란 평가다.
김동원 사장(5%)과 김동선 부사장(15%)은 지분을 매각을 통해 1조1000억원가량을 마련했다. 현재로선 해당 현금을 증여세 납부와 신규 사업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 김승연 회장은 세 아들에게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절반을 증여했다. 당시 김동관 부회장은 4.83%(363만8130주)를,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3.23%(242만5420주)를 수증했다. 당시 기준 증여세는 약 22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번 지분 매각 규모가 1조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증여세를 납부하고도 상당 수준의 현금을 쥐게 된다. 이제부턴 해당 자금을 기반으로 한 각자도생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은 김동원 사장은 금융 계열사,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등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평가다.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는데, 김동원 사장 주요주주인 한화생명의 주가는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고, 김동선 부사장이 대주주인 한화갤러리아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자의 분야에서 영향력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
김동원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생명은 2023년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을 인수했고, 올해는 노부은행 지분 40%,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인수한 바 있다. 향후 동남아, 미국에 이어 중동지역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김동원 사장이 존재감을 더욱 키워나갈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동선 부사장은 본인이 한국 사업을 전개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김동선 부사장은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에 비해 사업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기존에 직접 전개한 외식사업을 하나둘 정리하고 갤러리아와 리조트 사업에 보다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과 신세계 급식사업부에 이어 북한산 파라스파라 리조트(現 안토)를 인수했고, 현재는 휘닉스파크를 운영중인 중앙그룹 레저사업 인수도 검토중이다.
이번 거래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절차없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의 단독 협상을 통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너지는 당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는데, IPO 주관 계약 관계가 이번 거래에 주효했단 평가가 나온다.
이번 거래가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의 성격으로 비쳐지긴 하지만 실제로 IPO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 주식 매각 역시 역시 한화에너지의 상장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거래가 시작된 것이란 평가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에너지 밸류에이션에 대한 문제와 정권 교체 이후 중복상장 이슈로 인해 IPO 성사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며 "오너 일가 구성원간 지분 정리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 IPO 주관사 측과 협의를 통해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오너 일가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구주 매출이 불가피했다. 중복상장 이슈를 무릅쓰고 한화에너지가 IPO를 강행하면, 오너 일가의 현금 마련을 위한 거래로 비쳐질 여지가 컸는데 이번 거래는 추후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제작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향후 IPO가 추진된다면 한투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구주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반대로 한화에너지가 IPO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오너 일가 및 FI 모두 애매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IPO를 대신할 현실적인 대안으론 ㈜한화와의 합병이 거론되지만, 한화그룹은 합병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한 상태다. IPO 외엔 오너 일가와 투자자 모두 현금화 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움직임을 비롯한 외부 변수에 보다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