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치열해지면서 '혼탁 양상' 보이기도
차기 리더십 향방에 ‘조직 통합’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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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왼쪽부터 ▲장수재 회계감사 대표 ▲권지원 세무자문 대표 ▲서정욱 감사 그룹장 (그래픽=윤수민 기자)
딜로이트안진이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감사부문과 비감사부문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초 4파전으로 예상됐던 구도가 일부 후보의 중도 이탈로 정리되면서, 감사부문과 비감사부문을 대표하는 양자대결 양상으로 압축됐다.
최종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딜로이트안진의 리더십 방향과 조직 운영 기조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딜로이트안진은 오는 24일 차기 CEO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5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된다. 현재 추천위원회는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사운딩(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기완 재무자문 대표가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선임 구도가 자연스럽게 감사 대 비감사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출마 후보로는 ▲장수재 회계감사 대표 ▲길기완 경영자문(M&A·전략) 대표 ▲권지원 세무자문 대표 ▲서정욱 감사 그룹장 및 일본 서비스 그룹 리더 등 총 4명으로 알려졌다.
한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현재까지 차기 CEO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라며 "24일 최종 후보가 선출되며 이후 해당 최종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를 통해 CEO가 선임된다"라고 말했다.
감사부문에서는 서정욱 감사그룹장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서 그룹장은 일본 서비스 리더를 겸임하며 조직 쇄신과 내부 통제 강화를 내세운 ‘다크호스’로 출발했지만, 사운딩이 진행되면서 감사부문 파트너들의 지지를 빠르게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그룹장 급이다 보니 경영능력 검증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존재한다.
감사부문의 장수재 대표는 이전부터 강력한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됐지만, 현 경영진에 반감을 가진 파트너들의 표심이 변수로 거론된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감사부문 파트너들 사이에서 서 그룹장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며 “어느 후보건 간에 재무자문 출신인 홍종성 CEO 이후에는 감사부문 출신 CEO가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감사부문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비감사부문에서는 권지원 세무자문 대표를 중심으로 비감사부문 파트너들의 결집이 나타나고 있다. 권 대표는 25년 이상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조세·세무조정·조세불복 업무를 수행해 온 세무 전문가로, 자문 부문 내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경영진에 속해 있지만 최근 법인 실적 역성장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자문·세무 파트너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CEO로서 감사 경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지지세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CEO후보추천위원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통상 12월 초에는 차기 CEO 윤곽이 드러났지만, 최종 후보자 선정을 한 주 앞둔 시점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이로 인해 선임 일정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동시에, 선임 이후 조직 안정화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CEO가 확정되더라도 ‘봉합’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감사와 비감사 부문 간 이해관계가 선명하게 갈린 상태에서 선임 절차가 진행된 만큼, 어느 쪽 후보가 선임되더라도 반대 진영의 불만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가 혼탁양상으로 흐르며 상대후보간 신경전이 펼쳐지면서, 내부 봉합이 안될 경우 추후 글로벌 차원에서 개입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른 회계법인 파트너는 “이번 선임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딜로이트안진의 조직 구조와 성장 전략을 다시 조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차기 CEO에게는 실적 반등뿐 아니라 내부 통합과 파트너 신뢰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