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장 인선 절차 '삐걱'...JB금융 '파격 인사', 무리수됐다
입력 2025.12.23 07:00
    전북은행장 후보에 박찬원 JB우리캐피탈 대표
    사법 리스크에도 단독 후보로 추천 강행
    업계선 "지주의 기업금융 강화 주문 영향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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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B금융의 전북은행장 인선 절차가 삐걱대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는 인물을 단독 최종 후보로 추천하며,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전북은행의 사업 영역을 '기업금융'으로 특화하려던 JB금융이 눈 앞의 실적에만 신경쓰다 난관에 봉착한 것이란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점검 '2호' 사건이 이번 전북은행장 선임 절차가 될 수도 있을거란 분석까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행장 선임 관련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지난 16일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 제동이 걸리며 일정이 돌연 연기됐다.

      JB금융은 지난 11일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박춘원 JB우리캐피탈대표를 신임 전북은행 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이후 박 후보자의 자질 논란 등이 일자 16일 오후로 예정됐던 주주총회를 취소한 뒤 이틀 뒤인 18일 박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박 후보자가 현재 대표로 있는 JB우리캐피탈은 IMS모빌리티 투자와 관련, 김건희 여사의 집사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자는 지난 7월 김건희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JB금융 내부에서는 은행 경험이 전무한 박 후보자가 선정됐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박 후보자는 삼일회계법인·베인앤컴퍼니코리아 등을 거친 외부 인사다. 아주캐피탈·아주저축은행·JB우리캐피탈 등을 거치며 2금융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은행 관련 이력은 찾기 어렵다. 과거에도 JB우리캐피탈 대표가 전북은행장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은행 사외이사 등을 거치며 접점을 미리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임용택 전 전북은행장은 전북은행 사외이사를 맡은 뒤 JB우리캐피탈 대표에 선임됐고, 이후 전북은행장을 지냈다.

      박춘원 대표는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영입한 대표적 외부인사다. 아주캐피탈 대표 출신의 박 대표는 JB우리캐피탈 부임 이후 중고차금융을 중심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2021년 1705억원이었던 순익 규모는 2023년 1875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2239억원을 기록하며 전북은행(2212억원)을 뛰어넘었다.

      JB우리캐피탈의 실적이 급속히 성장하며 비은행 주력 계열사로 자리잡자 전북은행에는 이미 지난 10월 전후부터 '차기 전북은행장은 박춘원 대표'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11월까지만 해도 연임 의사를 내비쳤던 백종일 전북은행장이 이달 초 갑작스레 후보에서 사퇴하며 '행장 내정설'은 더욱 힘을 받았을거란 평가다.

      백종일 행장이 이끌어온 전북은행은 최근 수년새 '예대금리차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얻고 있었던데다, 연체율이 증가하며 실적 역시 꺾인 상황이다. 백 행장이 전북은행장 취임 전 캄보디아의 프놈펜상업은행장을 역임했다는 사실 역시 부담이 됐을 거란 지적이다. 강민국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캄보디아 범죄집단인 프린스 그룹과 국내 은행 거래액 2100억여원 중 절반인 1250억원이 전북은행을 거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JB금융이 전북은행을 기업금융 특화 은행으로 키우기 위해 파격적 인사를 주문했을거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JB우리캐피탈은 PF본부를 사실상 IB본부처럼 활용하고 있고, 전북은행도 비슷하게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 1개뿐인 IB팀을 2곳으로 늘리고 부행장급 임원을 배치하는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대한 김기홍 회장의 신망이 두텁다는 점이 파격적 은행장 선임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만큼, JB금융의 인사가 회장 개인의 의지에 좌우되는 후진적 구조로 비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라는 평가다.

      또다른 관계자는 "JB금융이 박춘원 후보자 선임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기업금융에 혈안이 됐다는 거고, 지주의 의사가 크게 작용했을 텐데 금융당국이나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강행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JB금융 측은 사법리스크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의 특검 출석 당시 JB우리캐피탈은 내부적으로 소명을 마친 뒤 문제가 될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전북은행은 "최고경영자(CEO)의 자격요건인 비전과 전략, 리더십, 전문성, 사회책임 등에 대해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박춘원 최종 후보자를 추천했다"며 "전북은행 이사회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 재차 확인 후 12월 말 이전에 은행장 선임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