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소식에…국내 우주·방산 기업도 수혜 볼까
입력 2025.12.23 07:00
    글로벌 '대어' IPO 기대에
    우주·방산주 재평가 움직임
    증권가는 지속성 판단 나서
    VC도 우주 테마 온기돌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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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내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우주·항공 섹터 전반에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약 1200조원에 달하는 '대어'로 거론된 만큼 국내 우주항공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해 들썩이는 모습이다. 투자업계에선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한국 기업들에도 우호적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내년 중·후반을 목표로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브렛 존슨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회사가 내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연내 상장 주관사 선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약 8000억달러(약 1182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IPO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우주·항공 섹터는 빠르게 반응했다. 지난 5일 간 우주 관련주인 에코스타는 40% 급등했고, 로켓랩은 35% 올랐다. 레드와이어, AST 스페이스모바일도 각각 34%, 30%씩 뛰었다.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주들이 동반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12일 한국항공우주(KAI)는 5% 넘게 오르며 신고가를 찍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도 각각 6.31%, 10.51% 뛰었다. 위성업체 쎄트렉아이도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 증권가 방산업 연구원은 "스페이스X 상장은 우주산업 섹터에 대한 투자자 관심을 높이는 계기"라며 "직접적인 수혜 여부와는 별개로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 상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주가가 오른 기업 중 실제 실적을 만들고 있는 국내 회사는 쎄트렉아이 정도"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형 방산업체들은 우주 관련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지만, 주요 매출 비중을 놓고 보면 우주산업은 여전히 아주 미미하다"고 했다. 

      비전통 우주기업에도 수혜가 번지는 모습이다. 철강업체 세아베스틸지주는 스페이스X에 특수강 공급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등했다. 회사가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고부가가치 특수합금 공장(SST) 인근에 NASA,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등 주요 우주기업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간 철강 섹터 내에서 주가 정체가 길었던 상황에서, 특수합금이라는 고부가 소재가 우주·항공 밸류체인과 연결되며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에선 스페이스X와의 직접적인 거래 관계가 없더라도 관련성이 일부라도 부각된다면 주가는 고공행진할 수 있단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벤처캐피털(VC) 업계도 분위기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초소형위성 토탈 솔루션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오는 1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879.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에서 확정됐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보수적인 시각이 우세했지만, 공모시장 전반의 온기와 우주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평가다. 선제 투자에 나섰던 VC들의 회수 기대감도 고개를 든다. 

      위성기업 솔탑은 최근 157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했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내년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 등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사들은 방산·우주 테마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우주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엑시트 기대도 이전보다 높아진 분위기다. 

      VC 관계자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대형사들 몸값이 줄줄이 재평가된다면, 국내 상장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카이 밑에 2차, 3차 벤더들이 엄청 많은데 이런 벤더 중 상장하겠다고 준비하는 일들이 꽤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러한 기대감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인데 지속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 증권가 우주섹터 연구원은 "스페이스X IPO 일정이 구체화될 때마다 우주 테마 전반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위성, 저궤도 통신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구조적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방산업 연구원은 "우주 모멘텀을 받을 때가 오긴 했다"며 "섹터 전반에 유동성이 흐를 수 있단 생각에 주가가 튀고 있기는 하나 IPO 모멘텀만 가지고는 오래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