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로스웰·신세계푸드…사무취급사 분산 신호 뚜렷
가격 경쟁력·실행력서 내부통제 관리가 프리미엄으로
-
NH투자증권이 주도해 온 공개매수 시장의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공개매수 업무를 담당하던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정황이 드러난 뒤, 현장에서는 NH투자증권을 기피하려는 분위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개매수는 공시 직전 정보의 가치가 절대적인 영역이다. 매수가격과 프리미엄, 대상 회사의 향후 계획 등 핵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이 때문에 공개매수 주관사는 단순한 실무 대행을 넘어 '정보 통제의 신뢰성' 자체를 평가받는다.
NH투자증권이 오랜 기간 공개매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해온 배경 역시 전산 시스템과 실무 경험뿐 아니라,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다양한 거래에서 레퍼런스를 쌓아온 점이 '디폴트 옵션'처럼 작동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 사고가 발생한 이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업계에서는 "당장 거래를 못 맡길 정도는 아니지만,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도 없다"는 인식이 확산히고 있다. 특히 공개매수 주체 입장에서는 딜 구조나 가격보다도, 혹시 모를 정보 유출이 전체 거래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공개매수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는 내부통제 체계와 정보 접근 통제 방식까지 더 촘촘히 들여다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고 이후 공개매수 주관사 선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사고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공개매수 사례를 보면,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LS증권 등으로 주관사가 분산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진행한 에이플러스에셋과 가비아 공개매수는 모두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았고, 로스웰의 자진 상장폐지 공개매수는 LS증권이 담당했다. 이마트가 추진한 신세계푸드 공개매수 역시 신한투자증권이 사무취급자로 나섰다.
NH투자증권의 이름이 연이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세계푸드 공개매수의 경우, 그룹 커버리지 측면에서 NH가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돼 왔던 만큼, 사고 이후 주관사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푸드 공개매수 건은 사고 이전까지 NH투자증권 쪽과도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사고 이후 진행된 모든 공개매수에서 같은 논리가 작동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진행한 공개매수의 경우 사고 발생 이전부터 한국투자증권과 협의가 진행돼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현장 체감은 분명 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공개매수 시장에서 가급적 NH를 피하자는 분위기가 있고, 다른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대기업 계열 매수자일수록 내부 리스크 관리에 더 민감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고 이후 공개매수 시장의 지형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과 실행력이 주관사 선택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내부통제 수준과 사고 가능성 자체가 하나의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라며 "당분간은 'NH 일극 체제'보다는 주관사 선택이 분산되는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