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HD 표정 엇갈린 KDDX 경쟁입찰 결론…무엇이 변수였나
입력 2025.12.24 07:00
    경쟁입찰 결론 두고 업계 의견 분분한데
    결국 한화가 정부 기조 발맞췄단 평가 多
    남은 변수는 현대重 보안 감점 연장 여부
    '출발선' 가를 요인으로 작용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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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오랜 기간 진통이 이어졌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경쟁입찰로 결론 났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다시 상세설계 과정에서부터 맞붙게 됐다.

      22일 방사청은 방위산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경쟁입찰로 확정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을 통해 한쪽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간 공동설계, 수의계약 등 여러 방안이 함께 검토됐지만 끝내 결론은 경쟁입찰로 나게 됐다. 

      방사청은 내년 1분기 내 사업을 상정하고 마무리되면 제안 요청서, 입찰공고, 제안서 평가 등을 진행해 내년 연말에는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각각 주장해 온 만큼 이번 결정에 대한 양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화오션은 사업자 선정 방식이 확정된 점에 의미를 부여한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기존 원칙이 흔들렸단 점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이날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자 선정방식이 이제라도 결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라며 "회사는 향후 KDDX 사업 수주를 통해 대한민국 해군력 증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추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그간 지켜져 온 원칙과 규정이 흔들린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며, 향후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쟁입찰로 결론이 나게 되면서 다음 시선은 결국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연장 여부에 쏠린다. 

      방사청은 지난 9월 HD현대중공업에 적용 중인 보안감점 1.8점을 2026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업계 반발과 법적 논란이 커지자 다시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아직까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감점 연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늦어도 제안서 제출 전에는 해당 판단이 선결돼야 한다.

      방사청은 "KDDX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 대한 보안 감점 적용 여부를 결정한 바 없으며, 현재 관련 사항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양사가 제안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관련 기준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단 다소 안일한 태도도 보였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최고 성능을 갖춰 제안서를 내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보안감점 연장 여부가 언제, 어떻게 발표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긴 어렵다. 

      보안감점은 단순한 행정적 불이익이 아닌, KDDX 사업의 제안서 평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한다. HD현대중공업엔 보안감점의 적용 유부에 따라 경쟁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한화오션 역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감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거랑 없다고 생각하는 거랑 심리적인 변수는 엄청 크다"며 "막판에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 연장이 철회된다면 이건 또 한화오션엔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경쟁입찰 결정은 단순히 절차적 판단의 결과라기보다는, 정치적 환경 변화란 시각이 많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군사 기밀을 유출해 처벌받은 업체에 수의계약을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이 방사청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조선업계에선 한화오션이 지속적으로 정부에 '보여주기식' 행보를 이어간단 설명도 나온다. 최근 한화오션은 원·하청 직원들에게 동일한 성과급 지급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행보가 친노동자 중심의 현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춘 행보란 시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 원청과 하청 간의 관계 등을 중시하는 현 정부 기조에 맞춰 한화오션이 선물 보따리를 푸는 느낌"이라며 "삼성중공업은 이미 수년간 원·하청에 동일한 비율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내용이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홍보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양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분주해지고 있다. 

      한 대관 담당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KDDX 사안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 더 바빠질 것 같다"며 "국회 등에서 KDDX 관련 설명 보고가 있으면 회사 차원에서 의원실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파악해 달라는 지시가 내려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특정 업체를 돕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외부에선 그렇게 해석되다 보니 의원실에서도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였다"며 "사업 방식이 정리된 만큼, 앞으로는 KDDX 사업과 관련한 기사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2년여 전부터 KDDX를 비롯한 특수선 관련 이슈가 잇따르자 홍보와 대관을 전담하는 특수선 담당 대외협력팀을 신설해 특수선 사업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올해 들어 해당 조직은 한화오션 내 특수선영업지원팀으로 이관됐다. HD현대중공업도 관련 기능을 강화하며 나아가고 있다. 

      KDDX 사업은 국산 레이더와 미사일, 통합 전투체계 등을 장착한 방공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해군의 핵심 사업이다. 총 7조467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