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급도 확실한 곳만 찍는다…삼양사는 철회, 롯데웰푸드는 발행 확정
입력 2025.12.29 07:00
    한화에어로·포스코퓨처엠, 회사채 시장서 투자금 조달
    삼양사, 발행 잠정 연기…롯데웰푸드 차환 위해 발행
    "한 두 건 흥행 사례 나오면 대기 수요 행보 빨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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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해를 앞둔 회사채 시장이 이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다. 예년이면 개장 특수를 기대하는 우량 기업들이 북적여야 하지만, 현재는 AA급 가운데서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흥행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만 회사채 발행을 확정하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여전한 가운데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발행 시점을 두고 보수적 기조를 보이고 있다.

      2026년 1월 중 회사채 발행 일정을 확정한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 ▲포스코퓨처엠(AA-) ▲한화투자증권(AA-) ▲롯데웰푸드(AA) 등 총 4곳이다.

      가장 먼저 수요예측에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주 확대에 따른 운전자본과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다. 오는 1월 중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600억원에 불과하다.

      2·3·5년물로 총 2500억원 규모 발행 계획을 세웠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도 열어뒀다. 장기물인 7년물 발행을 두고 주관사단과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년물과 5년물의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으로 발행한다.

      포스코퓨처엠은 3년물과 5년물로 총 2500억원을 조달하며,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을 본격화하며 투자자금 수요가 늘고 있다. 포항에 LFP 양극재 전용 공장을 지을 예정이며,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캐나다 현지에 양극재 공장도 구축 중이다. 

      롯데웰푸드는 만기 도래 채권을 차환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오는 1월에만 총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3년물 1500억원, 5년물 500억원으로 총 2000억원을 발행하며, 2500억원까지 증액 한도도 열어뒀다.

      한화투자증권은 KB증권에게 단독 대표 주관 업무를 맡겨 이목을 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롯데웰푸드는 NH·KB·한국투자·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 6곳, 포스코퓨처엠은 NH·KB·한국투자·삼성·키움·미래에셋증권 6곳 등으로 주관사단을 대형화했다.

      반면 삼양사(AA-)는 3년물 1000억원, 5년물 5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이를 철회했다. 공모 희망금리밴드와 수요예측 일정 등을 두고 논의를 이어왔지만, 최근 채권시장 상황을 감안해 발행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시장 변동성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요예측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AA급 내에서도 수요가 확실한 이슈어만 선별적으로 발행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월에만 총 35곳이 회사채를 발행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분위기 차가 뚜렷하다. 최근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발행 시점 선택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관망 국면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내년 회사채 만기 도래액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10조8508억원, 2월 11조2925억원, 3월 7조1938억원 등 1분기 내에만 총 30조원어치의 만기 도래가 다가온다. 만기 도래 규모를 감안하면 일정 기간 눈치 보기를 거친 뒤 발행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 레벨과 수요 흐름을 확인하는 구간"이라며 "한두 건의 흥행 사례가 나오면 대기 수요가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