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임박, 주도권 싸움 속 조용한 은행...'믿는 구석'은?
입력 2026.01.07 07:00
    코인 곁눈질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 임박…이달 중 정부안 발의 유력
    은행 중심 vs 전 업권 개방…정치권·정책라인 물밑 접촉
    한은의 '은행 지분 51%' 기류 속 은행권은 '전략적 침묵'
    결제·접근성 선점 과제…은행권, 제도 이후 시나리오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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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안 발의가 임박한 가운데, 법안의 방향을 둘러싼 금융권과 핀테크·블록체인 업권의 물밑 신경전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혁신과 안정성의 논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향후 결제·송금 인프라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관계부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발의를 위한 막바지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중 발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자산 발행·유통 전반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것이 법안의 큰 틀이지만, 논의의 핵심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에 집중돼 있다. 발행 주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현재 논의는 크게 '은행 중심 모델'과 '전 업권 개방 모델'로 갈라져 있다. 은행 중심 모델은 은행이 발행 주체가 되거나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구조를 전제로 한다. 통화 안정성과 자금 추적, 자금세탁방지 체계 측면에서 관리가 용이하다는 논리다. 반면 핀테크·플랫폼·블록체인 업권은 전 업권 개방을 주장하며, 비은행 주체의 참여 없이는 기술 혁신과 시장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정책 라인을 향한 물밑 접촉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을 다뤄온 민병덕 의원을 중심으로 전 업권 개방 필요성을 설명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디지털자산 정책 논의에 관여해 온 김용범 정책실장 라인과도 업계 차원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발행 주체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논리를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반면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는 은행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점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전략적 침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논의 흐름상 은행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지금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안정 차원에서 은행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제기해 온 만큼, 제도 설계의 큰 방향이 은행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지는 않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논쟁의 전면에 서기보다, 법이 정해진 이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 준비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사업 구조 역시 은행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도 이런 판단에 힘을 싣는다. 발행을 위해 예치되는 원화 준비금은 사실상 저원가성 자금으로 기능할 수 있고, 이자 지급 의무가 제한될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의 유동성과 수익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은행들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밑에서는 각자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체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활용해 결제 동선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실험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이 최근 삼성월렛에 은행 앱을 탑재한 것도 단순 제휴를 넘어, 모바일 결제 단계에서 계좌 접근성과 인증 절차를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제도 정비 이후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능이 붙더라도 추가 개발 부담 없이 바로 적용 가능한 환경을 미리 만들어두려는 움직임이다.

      핀테크와 블록체인 업권 역시 법제화 이후 시장 선점을 염두에 두고 기술·사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기존 전자지급결제나 송금 시장의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발행 주체 논쟁 못지않게 시행령과 하위 규정 단계에서의 세부 설계가 실제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안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틀을 정하더라도, 이후 세부 규정과 시장 적용 과정에서 주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현재 상대적으로 조용한 이유 역시 이 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자산을 넘어 결제와 송금, 금융 플랫폼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누가 먼저 제도 변화에 맞는 구조를 갖추느냐가 향후 시장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