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조정·국내 주식 확대 기조 맞물려
신세계와 공동 투자 구조, 매각 절차 변수로
신세계, 대규모 캐펙스 속 지분 인수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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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NPS)이 서울 강남권 대표 프라임 오피스 자산인 역삼 센터필드에 대해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와 대체투자 조정 기조가 맞물리면서, 그간 성과가 충분히 누적된 국내 부동산 자산을 중심으로 회수 적기 여부를 점검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역삼 센터필드를 포함한 일부 핵심 국내 부동산 자산에 대해 보유와 회수 가능성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센터필드 자산을 계속 보유할 경우와 회수에 나설 경우 각각의 손익 구조, 공동 투자자의 이해관계, 감정평가 진행 여부와 방식 등에 대해 시장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센터필드는 옛 역삼 르네상스호텔 부지를 개발한 대형 복합 부동산으로, 이지스자산운용(GP)이 2018년 국민연금과 함께 약 2조1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에쿼티 약 8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국민연금이 5000억원을 출자한 앵커 투자자다. 이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이 보유하던 지분을 신세계프라퍼티가 인수하면서 현재는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각각 약 5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공동 투자 구조가 형성됐다.
센터필드는 2021년 준공 이후 강남권역(GBD)내 대표 프라임 오피스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아마존코리아, 크래프톤 등 글로벌 IT 기업과 조선팰리스, 신세계프라퍼티, SCK컴퍼니(스타벅스 운영사) 등 신세계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공실률은 주변 상업시설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임대 안정성과 입지 경쟁력을 감안할 때 자산 자체의 매각 난이도는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성과도 수치로 확인된다. 신세계프라퍼티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가 보유한 센터필드 투자 지분(49.69%)의 취득원가는 약 5645억원인데 지난해 말 기준 공정가액은 약 7428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를 기준으로 센터필드의 전체 지분 가치를 단순 환산하면 약 1조5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 역시 현재 기준으로 투자 원금을 크게 웃도는 가치로 평가한다. 업계는 국민연금이 센터필드 매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평가이익만 2000억원대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성과 누적 속에서 국민연금 내부의 자산배분 기조 변화도 회수 검토 배경으로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신세계 고양 스타필드 등 일부 리테일 자산에 대해서는 리츠 전환 등을 통해 장기 보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센터필드와 같은 대형 프라임 오피스 자산은 투자 성과가 충분히 누적된 만큼 회수 적기 여부를 점검하는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산 성격에 따라 상이한 회수·보유 전략을 적용하는 셈이다.
다만 센터필드는 국민연금 단독 자산이 아닌 만큼 회수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현재 펀드 지분의 절반을 신세계프라퍼티가 보유하고 있어, 지분 매각이나 자산 처분 시 신세계 측의 계약상 권리를 고려한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에는 신세계 측에 우선매수권이나 매각 동의권 등 펀드 약정(SPA·LPA)상 권리가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자산 전체 매각보다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만을 매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 경우 SPC 구조와 자산 운영에는 변화가 없고, 취득세 부담도 크지 않아 거래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평가다.
결국 매각 과정에서 신세계프라퍼티의 재무적·전략적 판단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중단기적으로 신규 스타필드 출점과 복합 개발사업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이 예정돼 있다.
특히 향후 2~3년간 최대 4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상황에서, 국민연금 지분을 우선 인수할 경우 추가로 7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해 센터필드 관련 총 투자 익스포저가 1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는 센터필드가 연 300억원 안팎의 배당을 제공하는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인 만큼, 신세계 입장에서도 지분 구조 변화에 따른 득실을 면밀히 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올해 10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감정평가 등을 통해 회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정리해두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 변화와 신세계그룹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최종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프라퍼티와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국민연금의 센터필드 지분 매각 계획과 관련해선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측은 "매각 진행 여부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연금 단독 자산이 아니다 보니 신세계그룹과의 협의를 통해 신세계 측 권리에 알맞은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