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1조' 물류센터 유동화, 정부 허락해도 투자자 모집 쉽지않다
입력 2026.01.13 07:00
    국토부, '쿠팡 리츠' 인가 신청에 보완 요청
    1조원 유동화 계획에 차질 생긴 쿠팡
    인가 이뤄져도 LP 모집 가능성은 변수
    눈치 보는 국내 LP, 관심 없는 해외 LP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의 1조원 규모 물류센터 매각 계획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투자회사(리츠) 인가 제동으로 차질이 생겼다. 인가가 이뤄져도 쿠팡은 정치권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어 기관투자가(LP)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는 쿠팡과 알파리츠운용이 지난달 말 신청한 '알파씨엘씨제1호리츠'의 영업 인가에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이 자사의 물류센터를 비싸게 팔아 부당 이익을 얻거나 매각 자금이 해외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과 알파자산운용이 작년 10월 공동 설립한 알파리츠운용은 신규 리츠를 만들어 쿠팡 물류센터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 리츠는 대전 풀필먼트센터, 북천안 풀필먼트센터, 인천 쿠팡 풀필먼트센터 등 총 세 곳을 매입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제동으로 쿠팡의 유동화는 차질이 생겼다. 쿠팡은 물류센터 세 곳을 매각해 971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해당 자금은 해외 시장 확대, 계열사 서비스 확장, 물류센터 추가 개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거론된다.

      국토부는 영업 인가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인가 여부를 검토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국토부는 리츠 영업 인가를 신청 이후 20영업일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국토부가 서류 보완을 요청할 경우 해당 기간은 영업일에 포함하지 않는다.

      물론 국토부의 반려로 쿠팡의 유동화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국토부의 서류 요청은 여타 리츠 인가 과정에서도 발생하는 일이다. 알파씨엘씨제1호리츠는 설립 자본금 70억원 이상 등 리츠의 법적 설립 요건은 충족한 상황이다.

      오히려 영업 인가 이후 LP 모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대규모 투자금은 보통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출자하는데 이들은 정치적으로 구설에 오른 기업 투자에 보수적이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이후 국정조사,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규제 전선 확장, 동일인 지정 논의, 영업정지 검토가 이어지는 등 정치권의 핵심 현안이 됐다.

      실제로 일부 국내 LP는 국토부에 현 상황과 관련해 질의했다. 이들은 인가가 지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출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LP는 국내 정치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지만 이들의 출자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LP는 수익 상방이 제한된 우선주 투자에 관한 선호도가 낮다. 해외 LP는 안정성을 원하면 대출, 리스크를 감수하면 보통주 투자를 하는 양분 구조가 일반적이다. 사실상 우선주 투자는 보수적인 국내 LP가 선호하는 투자 방식이다.

      알파씨엘씨제1호리츠는 쿠팡이 에쿼티(보통주) 19%를 선투입하고, 잔여 81%는 우선주 형태로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LP)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방식이다. 우선주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총액인수를 한 후, 재매각(셀다운)해 배분할 예정이다. 

      쿠팡 측은 리츠 우선주 투자 기준으로 연간 현금수익률(CoC) 6.5~6.8%, 내부수익률(IRR) 약 8%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15년 장기 책임임차(마스터리스)를 체결한 만큼 임대 안정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국토부는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한 위법 사항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최근 국회 연석 청문회 등에서 쿠팡 물류센터의 안전 관리 실태와 근로 여건에 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지자체가 한발 물러났던 물류센터 적층식 랙(메자닌) 관련 제재 이슈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류센터의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면서, 규제당국이 안전 기준 강화 및 특정 등급 이상 자산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물류센터에서 메자닌은 회색지대에 속해있다. 메자닌은 독립된 한 층으로 공식 인정받지 않아 연면적 산정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소방법은 적용돼 소방 설비를 갖추는 등 규제가 적용된다. 

      그동안 뚜렷한 규제가 없다 보니 개별 지자체에서 메자닌을 '위법 건축물'로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국토부가 행정처분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해당 지자체에 보내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메자닌 규제가 명확해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으로 쿠팡이 거론된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쿠팡은 택배 2~4위 기업의 물류 인프라를 합한 수치보다 넓은 면적을 사용하고 있다.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약 10조원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토부의 리츠 인가 담당자가 바뀌면서 알파씨엘씨제1호리츠 인가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리츠 인가와 메자닌 제재 여부가 맞물리며 자금 유입은 막히고 자금 부담은 확대될 상황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