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끝났나…바이오株, 공모시장서 다시 떠오른 이유는
입력 2026.01.13 07:00
    바이오 공모주, 지난해 하반기 흥행…증권가서 '재주목'
    AI 과열 속 상대적 밸류 부담 완화…딜 단가·구조 재평가
    "테마 복귀 아닌 선별 국면…상장 이후 기술 검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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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들어 상장을 미뤘던 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다시 공모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알지노믹스 등 바이오 테마 공모주들의 흥행에 힘입어, 신약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바이오가 다시 올 상반기 주요 IPO 섹터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물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바이오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 회복이라기보다, '공모주 순환매'의 일환이라는 보수적인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테마에 밀려 상장이 미뤄진 바이오 기업들이 테마를 이뤘을 뿐이란 것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나프테라퓨틱스, 아델,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등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상반기 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상당수는 과거 기술성 평가 탈락이나 시장 환경 악화로 상장을 연기했던 곳들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와 공모주 투자심리 회복, 글로벌 제약 산업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바이오 딜을 선별적으로 담아볼 수 있는 환경'이 다시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부 바이오 공모주가 상대적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이 꼽힌다. 오름테라퓨틱,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 등 항암·항체 신약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따따상'(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하는 등 주가 흐름이 비교적 견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바이오 섹터 자체의 '체질 변화'와 더불어, 최근 IPO 시장을 주도한 'AI 열풍'의 반사효과로 해석한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동성 확대로 형성됐던 바이오 테마는 이후 증시 조정 국면에서 직격탄을 맞았고, 코스닥벤처펀드를 중심으로 유입됐던 자금도 빠르게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자금력·사업성이 검증되지 못한 비상장 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시장에서 정리됐다.

      기술특례상장 기준도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과거보다 한층 높아지면서, 바이오 기업 중 상장 예비군 자체가 크게 줄었다. 그 결과 단순 특허 보유나 전임상 단계만으로는 시장 접근이 어려워졌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여부, 기술이전 실적, 플랫폼 확장성 등이 공모주 투자 판단의 최소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환경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 인하 기대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공모시장 내 성장주 전반에 대한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 예탁금은 90조원을 돌파했다. 유동성이 풍부해진 환경 속에서, 최근 부침을 겪었던 바이오 테마 역시 투자자들이 리스크 회피 일변도에서 벗어나 선별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오 기업들의 공모 구조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은 대체로 상장 시점에서의 시가총액 부담을 낮추고, 기술이전이나 임상 일정 등 상장 이후 모멘텀을 남겨두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바이오 기업 자체의 질적 변화라기보다, 공모주 투자자 관점에서 손익 구조를 보다 보수적으로 재설계한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사 IPO 실무 부서의 시선 변화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까지는 바이오 딜 검토 자체가 보수적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ADC(항암 치료제), 이중항체 등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사전 미팅과 내부 스터디가 다시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대형사 ECM 실무자는 "AI는 이미 대부분의 하우스가 기본 전제로 보는 영역이 됐고, 조금만 괜찮아 보여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빠르게 커진 반면, 바이오는 조정을 거치며 딜 단가 자체가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부담이 낮고, 상장 이후 이벤트가 남아 있는 바이오 딜이 공모주 전략상 다시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바이오 산업 전반의 리스크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바이오 기업은 구조적으로 기술 검증 난도가 높고, 임상 데이터와 플랫폼 가치에 대한 외부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도 제한돼 있다. 상당수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업화까지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과거 혈액검사 기술 사기 혐의로 글로벌 투자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테라노스 사례처럼 '스토리 중심 바이오'의 위험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는 점도 투자 판단에서 간과하기 어렵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바이오 공모주가 다시 열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산업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딜 단가와 구조가 다시 투자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아직까지는 맞다"며 "상장 이후 실제 기술 검증과 성과가 확인되는지 여부에 따라 바이오 딜에 대한 시장 신뢰가 이어질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