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주주 지분 규제 움직임에 ‘군침’ 흘리는 금융지주
입력 2026.01.15 07:00
    거래소 지배력 제한 검토에
    금융권 M&A 지형도 흔들
    가상자산거래소 인프라 자산화 되면서
    지분 인수 여부 고민중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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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금융지주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수익보다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등을 계기로 가상자산이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되는 흐름 속에서 ‘거래 허브’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란 분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가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의 시장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 만큼, 주식시장 거래소처럼 특정 주주의 과도한 지배력을 제한해 공공 인프라 성격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선 반발 기류가 감지되지만, 가상자산거래소를 어떻게 규제할지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에 대해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입장문을 통해 “민간기업의 소유구조를 인위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이용자 이탈과 이용자 보호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주주의 책임이 희석되면서 오히려 이용자 보호라는 정책 목표와도 어긋날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규제 논의가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지배구조와 M&A 시장에 미칠 파장을 보다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나무다.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합병이 완료될 경우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는데,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지배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빗 역시 마찬가지다. 코빗은 최대주주인 NXC(60.5%)와 2대 주주 SK플래닛(31.5%)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미래에셋금융그룹 입장에선, 지분 보유 한도가 20% 내외로 제한될 경우 경영권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인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규제 환경 변화가 오히려 금융지주들에게는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분 제한으로 인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대주주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가상자산 시장이 금융권에 본격 편입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와 정보 접근을 위한 최소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단기적인 자본이득보다는, 향후 스테이블코인·결제·수탁 비즈니스와 연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에 가깝다.

      특히 업계 1위 거래소를 보유한 두나무 지분에 대해 금융지주들의 관심이 높다는 전언이다. 은행·증권·보험 등 전통 금융 포트폴리오가 일정 수준 완성된 상황에서, 차기 전략적 M&A 타깃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어떠한 방향으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가 이뤄지더라도 금융지주의 관심은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가상자산거래소는 더 이상 변방의 산업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가상자산 인프라 확보란 관점에서 금융지주 입장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