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다"…환율 방어 전선 확대에 커지는 금융사 현장 부담
입력 2026.01.19 07:00
    당국 개입에도 진정되지 않는 高환율…금융사 관리 전선 확대
    공식 제동 없으나…업계 "정부 기조따라 당분간은 관망 기조"
    관리 강화에도 개인 달러 수요 증가세…정책 체감 효과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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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 연말 1400원 초반대로 내려왔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선까지 상승하자,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권 전반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과 구두 경고를 넘어 금융사들의 외화·해외투자 관련 영업 활동 전반으로 관리 기조가 확산되면서, 금융업계 현장에서는 이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권 전반에서 해외투자 관련 마케팅을 자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 해외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해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 등을 제공하던 '슈퍼365' 이벤트를 종료하고, 추가 확대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 역시 기존 환전 우대율은 유지하되, 신규 환전 이벤트나 대외 홍보는 사실상 중단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사례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메리츠증권 일부 고객이 '외화 환전이 제한됐다'는 취지의 안내 문자를 받았다는 게시글과 문자 캡처가 확산되면서,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는 환율 급등을 이유로 환전이 제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환율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조치나 당국의 별도 지침에 따른 대응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외화 환전은 자사의 해외주식 거래 등 실제 투자 목적에 한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내부 기준에 따라 안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시점과 맞물리며 해당 안내가 과도하게 해석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산운용사들도 비슷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장기화하는 고환율 환경 속에서 서학개미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S&P500 등 해외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보수 인하 경쟁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상대로 해외 주식 마케팅을 제한하는 기조를 보이자, 자산운용 업계 역시 해외 상품을 둘러싼 경쟁에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하나자산운용은 이달 미국 자산 관련 ETF를 중심으로 보수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계획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아닌 코스피200 기반 액티브 ETF의 보수 인하를 먼저 검토하라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했으나, 실무 과정에서 두 상품 모두 보수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잘못 해석되며 혼선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강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사 전반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의 공식적인 제동이나 명시적 지침은 없었지만,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 자산 관련 상품을 둘러싼 가격 경쟁에 속도를 내기에는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해외투자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니지만, 외환시장 관리 기조가 강화된 국면에서 해외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는 부담이 있다"며 "업계 전반이 한발 물러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는 제도적 대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해외 주식 투자와 외화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금융사 경영진을 직접 면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은 외환시장 상황과 해외 상품 관련 금융회사 영업 행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관계당국과 공조해 대응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관리 강화에도 불구하고 개인 외화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시중은행에서 개인 고객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금액은 약 4억9000만달러로, 이 기간 일평균 환전액은 약 23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11월 일평균 환전액(1043만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업계에서는 환율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영업 현장에서의 부담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한 증권사 실무자는 "외환시장 변동성을 억제하려는 당국의 방향성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고환율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국면에서는 단기적인 수급 관리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자금 흐름에 대한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며 "금융사의 영업 행태 조정만으로 환율 흐름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