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회를 의식하고, 국회는 집행을 경계
그 사이에서 움직이는 업계 로비...혼란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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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매각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겉으로는 규제 강도를 둘러싼 논쟁처럼 보이지만, 이번 이슈의 본질은 정부와 국회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 업계의 조직적인 의견 개진과 로비가 맞물리면서 논의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점롸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가 현재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입법과 행정이 서로의 다음 수를 의심하는 구도 속에서, 정책 논의는 사라졌다는 평가다. 대주주 지분 매각이 실제로 현실화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시장에는 ‘언제든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만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더 이상 단순한 민간 플랫폼이 아니라 사실상 금융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거래 규모가 커지고 이용자 수가 급증한 만큼, 특정 대주주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 지분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 테이블에 올랐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이 같은 구상이 곧바로 입법으로 이어지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논의가 지연되거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을 감안할 경우, 집행 단계에서의 재량과 해석 여지를 남겨두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명확한 법률 규정보다는 가이드라인이나 정책 검토 수준의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시선은 또 다르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충분한 입법적 합의 없이 행정 해석을 앞세워 사실상의 규제 틀을 먼저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시장 혼란이나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이 입법부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국회 역시 규제 필요성 자체보다 집행 방식과 책임 구조를 먼저 따지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업계의 로비와 의견 개진이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관련 협회들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중심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고, 비공식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지분 제한의 당위성 자체보다는 “규제의 속도와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에 맞춰져 있다. 시장 안정과 이용자 보호라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유예기간과 명확한 기준 없이 추진될 경우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벤처·스타트업 단체들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과도한 지분 제한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해외 사업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히 가상자산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는 방식 자체의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한다. 입법과 집행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할수록 규제는 보수적으로 설계되고, 그 결과는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그 규제를 어떻게, 누구의 책임으로 집행할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번 가상자산 대주주 지분 논의는 그 간극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