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산손상 반영했지만 규모는 아직 미확정
대산 NCC 구조조정 언급에도 범위·시점은 불투명
신규 투자·고부가 전환 강조 속 실적 부담 지속
-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지난해 4분기 한 분기에만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연간 손실 규모를 키웠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악화 배경으로 업황 부진과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부담을 들었지만, 컨퍼런스콜에서는 자산손상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추가 부담 가능성을 남겼다.
4일 롯데케미칼은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8조4830억원, 영업손실 94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7.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소폭 확대됐다. 당기순손실은 2조4900억원으로 손실 폭이 크게 늘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해당 분기 매출은 4조709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4339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세 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사실상 한 분기의 손실만으로 연간 영업손실의 절반 가까이가 발생한 상황이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기초소재 부문의 부진이 실적 전반을 끌어내렸다. 기초소재 부문은 4분기 매출 3조3431억원, 영업손실 3957억원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LCI) 신규 가동과 계절적 비수기 진입이 겹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첨단소재 사업은 영업이익 221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으나 전 분기 대비 수익성은 하락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으로 3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컨콜에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계절적 비수기와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을 강조했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4분기 실적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과 인도네시아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이 가장 주목한 대규모 자산손상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을 남겼다. 성 CFO는 "이번 분기에 반영된 손상차손 규모는 전년과 유사한 1조원 수준"이라며 "명확하게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영업 관련 손실이 절반가량이고, 나머지는 자산손상"이라고 설명했다. 손상차손 규모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 반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과 손상차손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성 CFO는 "대산 크래커 셧다운과 이번 손상 인식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추가 손상차손이 발생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컨콜에선 구조조정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롯데케미칼은 구체적인 범위와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롯데케미칼 측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설비를 얼마나 줄일지에 대해서 "시황과 제품별 수익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대산 NCC 구조조정 효과에 대해서도 시장 기대와 다소 온도 차가 있는 설명이 나왔다. 롯데케미칼 측은 컨콜에서 "(구조조정 효과는) 두 개 크래커(생산설비) 가운데 하나를 완전히 셧다운할 경우 줄어드는 물량 정도"라며 "전체 물량 기준으로 보면 약 15~20% 수준의 축소 효과"라고 설명했다. 대산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긴 했지만, 공급 축소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신규 투자로 추진해온 인도네시아(LCI) 프로젝트 역시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CI는 지난해 10월 상업 생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동남아 지역 크래커 평균 가동률(75~90%)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초기 고정비 부담과 지역 시황 부진이 겹치며 적자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고부가 소재와 신사업 확대 전략도 재확인했지만, 단기간에 전사 실적을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율촌 컴파운딩 공장을 중심으로 연간 50만톤 규모의 고기능성 소재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회사 측이 예상하는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률은 5~10% 수준이다. 다만 이는 현재 연간 9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손실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재무 안정성에 대해서는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부채비율을 70%대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향후 자본적지출(CAPEX)은 EBITDA 범위 내에서 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올해 역시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구조적 체질 개선과 사업 구조 전환을 지속 추진해 향후 이익 회복 국면에서 견고한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