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AI 전환의 단짝은 KKR? AI DC, 에너지 잇따라 참여
입력 2026.02.09 07:00
    KKR, SK 리밸런싱 국면에서 우호적 관계
    올 1월에만 AI DC 등 본입찰 3건 참여
    SK-KKR 수뇌부간 접점 늘어나는 분위기
    SK 거래마다 KKR 유력 후보 거론되지만
    승패는 관계보다 조건에 달렸다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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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은 올해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집중하며 사업재조정(리밸런싱)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해외 투자사들이 SK그룹의 알짜 자산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KKR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KKR은 여러 차례 SK그룹 거래에 참여하며 신뢰를 쌓았고, 그룹 수뇌부와의 관계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거래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SK그룹은 지금까지 여러 국내외 사모펀드(PEF)와 손을 잡았는데 KKR과 굵직한 거래를 검토한 사례가 많았다. KKR은 2021년 이후 SK E&S의 3조원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며 대형 거래의 물꼬를 텄고, 2022년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산업가스 설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탈탄소와 자산운용 효율화 분야에서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았다.

      KKR은 SK그룹이 재무구조 악화로 리밸런싱 국면에 접어든 후에도 존재감을 보였다. SK E&S 채권자로서 2024년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 절차에 적극 협조했다. 작년엔 SK이노베이션의 LNG 유동화 거래를 초기부터 구상했고, SK에코플랜트의 환경 사업을 인수하며 SK그룹의 사업조정에 힘을 보탰다. 이런 경험을 거치며 KKR과 SK그룹 전문가들간 신뢰가 생겼다.

      KKR과 SK그룹 수뇌부의 관계도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작년 말 KKR의 조셉배 CEO가 최태원 회장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배 CEO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도 막역한 관계로 전해진다. KKR 한국 경영진 역시 SK그룹 주요 계열사 수뇌부와 접점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SK그룹과 KKR의 동행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KR은 올해 상반기 최대 거래 중 하나로 거론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 소수지분 인수전에 참여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외에 울산GPS·SK멀티유틸리티 소수지분, SK이터닉스 등 매각 거래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 거래 모두 1월 본입찰이 진행됐다.

      SK에코플랜트와 다시 손을 잡느냐도 관심사다. SK그룹이 KKR과 SK에코플랜트 지원 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거론된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재무적투자자(FI)와 자금 상환 논의를 진행 중이고, 에너지 분야 등 사업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KKR이 SK에코플랜트 투자자로 나선다면 향후 반도체 종합 기업의 성장 과실을 누릴 수 있다. 

      SK그룹은 작년까지 2차전지 살리기, 계열사 FI 문제 해결에 집중했는데 올해는 AI 전환이 핵심 화두다. 최근 진행 중인 거래도 데이터센터, 반도체, 에너지 등 AI 생태계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 안정적인 인프라 성격이고 KKR의 투자 경험과 관심도 많은 분야다. 국내 대기업이 주춤한 상황에서 계속 거래를 내놓는 SK그룹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SK그룹은 지난 수년간 FI 자금 상환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신뢰할 수 있는 큰손 해외 투자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그간의 거래 경험과 관계, 신인도를 감안하면 KKR이 SK그룹 룹의 상대방으로 첫 손에 꼽힐 만하다. SK그룹 실무진 입장에서도 수뇌부와 돈독한 KKR의 존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KKR이 가진 유무형의 강점이 SK그룹 거래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울산GPS 소수지분 인수에 실패했다. SK그룹은 KKR이 제시한 AI 데이터센터와 패키지 투자안을 막판까지 검토했지만 결국 가격을 높게 써낸 곳을 선택했다. KKR은 차순위 협상자다. KKR의 승리가 유력한 SK이터닉스도 EQT파트너스와 조건 경쟁이 치열했다.

      KKR은 작년 SK이노베이션 LNG 유동화 거래에서 뼈아픈 경험을 했다. 애초 거래 구조를 짜서 수의 계약에 가깝게 진행하고 있었지만 브룩필드가 경쟁자로 부상했다. 최종적으론 다른 구조를 짠 메리츠증권이 거래를 가져갔다. KKR은 경쟁사를 도운 자문사와 금융사 등에 불편함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I 데이터센터 소수지분 거래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역시 KKR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분위기지만 브룩필드 등 경쟁사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SK로서도 그룹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거래다 보니 상대방을 고르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사업 경험과 역량이 있는 KKR이나 브룩필드 중 한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워낙 큰 거래다 보니 SK그룹에서도 단기간에 의사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