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이어 KB·신한·하나까지 가세
정책 환경 변화에 달라진 당국 스탠스
분리과세 부담 덜고, 배당·자사주 믹스 재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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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감액배당(비과세 배당) 도입을 잇따라 검토하면서 한때 '차선책'으로 여겨졌던 감액배당이 주주환원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공식적인 도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사실상 도입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 KB·신한·하나금융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감액배당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잇따라 밝혔다. 모두 규제 방향성과 당국과의 소통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주주환원 정책의 중장기 방향성 안에 감액배당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과거 감액배당은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배당가능이익이 제한적인 기업들이 선택하는 '보완 수단'에 가까웠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이 제일 먼저 감액배당을 도입했을 당시, 시장의 호응과는 별개로 자본비율이 낮아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의 차선책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다. 4대 금융지주 모두가 감액배당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감액배당은 더 이상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금융지주 주주환원의 '뉴노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처음 비과세배당 도입을 밝힐 때까지만 해도 자본력의 차이 때문에 제시한 최후의 카드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감액배당이)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한 트렌드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와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싣는 가운데, 과거 세수 감소 우려로 감액배당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됐던 당국의 스탠스 역시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가치 제고 기조가 유지되는 한 감액배당이 자연스럽게 확산될 거란 전망이다.
그간 산업계 일부에서는 감액배당이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에서 먼저 확산됐다는 점에서 비과세 배당이 대주주 조세회피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금융지주의 특정 대주주가 지배하는 형태가 아니라 분산된 주주 구조를 갖고 있어 이같은 비판에서도 빗겨나 있단 설명이다.
금융지주 내부에서도 감액배당에 대한 인식 변화가 뚜렷하다. 주주 입장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보다 체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또한 마중물이 됐다. 비과세 배당 도입 시 배당소득 분리과세 '노력형' 요건 충족을 위해 매년 현금배당을 10% 늘려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이번 IR에서 배당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자사주 매입·소각에 보다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믹스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BR 개선과 순이익 성장에 따라 배당 총액 자체는 늘릴 수 있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 충족을 위해 현금배당에 무게를 둬야 할 필요성 대신 자사주와 유연한 '믹스'를 고민할 여지가 생겼단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 시선을 의식해 주총 이전부터 감액배당을 하겠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검토 중'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우리금융이 이미 시행 중인 상황에서 다른 금융지주들이 감액배당을 도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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