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EU 전초기지 러시아 포기…글로벌전략 새판 짜기 불가피
입력 2026.02.11 07:00
    러시아 바이백 포기한 현대차
    중국·러시아 빠지고 미국·EU·인도로 거점 재편
    체코·튀르키예 공장에 힘실어 전동화 격전지 유럽 공략
    3대 완성차 시장 인도, 이미 현대차 최대 생산기지
    모디 총리 '메이크 인 인디아' 화답한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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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기대했던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기함에 따라 글로벌 판매 전략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10년도에 완공된 러시아 공장은 축구장 265개 규모로 연간 약 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동유럽 공략의 핵심 거점 중 하나였다. 현대차그룹은 6년전인 2020년에 연간 10만대 생산이 가능한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2021년엔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내수 합산 점유율(23.6%) 1위를 기록했지만 전쟁이 발발하며 판매율이 급감했다.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결국 2023년 현지 업체인 아트파이낸스(Art-Finanace)와 지분 매각에 합의했다. 당시 매각가는 1만루블(약 14만원)이었는데, 바이백 옵션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진성매각이라기 보단 잠정적인 사업 중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 판매가 중단되면서 무게감 있는 인사들도 빠르게 재배치됐다. 한때 러시아권역을 담당했던 오익균 부사장은 중국권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러시아 권역은 오 부사장의 후임인 주수천 상무가 담당했으나 결국엔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가 빠진 러시아엔 중국 기업들이 자리잡았다. 재진출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바이백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지난달 소유권 이전이 완료하면서 최종적으로 2800억원 이상의 장부가 손실이 확정됐다.

      러시아 공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엔 유럽 시장에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전동화 차량의 격전지인 유럽은 현대차그룹이 반드시 사수해야하는 시장이 됐다.

      전세계에서 전동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권역인 유럽에선 이미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시작됐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유럽시장 점유율은 약 7.9%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상하이자동차(SAIC), BYD를 비롯한 중국계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6.2%)을 매섭게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체코와 튀르키예, 슬로바키아 등 현재 가동중인 공장에 더 힘을 싣겠단 전략이 뚜렷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체코공장(HMMC)의 수장으로 윤상훈 사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기존 체코법인장은 상무급 인사였다. 무게감 있는 사장급 인사를 통해 체코 시장에 확실히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체코 공장 역시 러시아 공장과 비견할만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200만제곱미터(㎡) 규모의 공장에서 연간 35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완성차는 전세계 생산능력의 약 6%, 변속기는 전세계 생산량의 약 10%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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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공장 현황, 출처=현대차그룹)

      튀르키예는 체코 공장의 규모엔 한참 못미치지만, 역시 유럽향 매출 비중이 높은 거점 중 하나다. 튀르키예 자체적으로도 2030년 전기차 비중이 약 30~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성장 지역중 하나로 현대차는 내년부터 튀르키예에서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판매의 중심축은 미국, 유럽 그리고 인도 등 크게 세권역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럽 시장에 대한 중요도가 크게 부각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유럽 판매목표를 전년 대비 11% 이상 증가한 59만4000대로 설정했다. 미국(4.6%)과 인도(7.8%)보다 목표치가 훨씬 높다. 현대차는 올해와 유사한 수준인 60만대의 판매 목표를 세웠는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신흥 시장이다. 완성차 판매는 연간 약 440만대로 전세계 3위 규모인 인도엔 토종 브랜드 마힌드라와 타타, 일본 스즈키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합산 약 20% 내외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연간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 인도 공장은 미국과 중국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최대 생산기지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겠단 전략으로 연간 판매 목표도 크게 상향조정 했다.

      인도는 현재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구호를 앞세워 해외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경영진들 역시 인도 시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인도 공장을 방문해 "30년간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성장한 현대차가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다른 30년을 내다보는 홈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주총리와 회동한 성 김 현대차 사장은 최근 주한 인도 대사와 만나 사업 현황과 신사업 분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제1시장인 북미지역에 대한 중요도는 앞으로도 여전히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전동화 차량의 격전지인 유럽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신흥시장인 인도 시장에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