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대로면 무효인데'…ELS 제재심 앞둔 금감원, 개인 중징계 강행하나
입력 2026.02.11 07:00
    이르면 12일 ELS 제재심 결론
    임원 문책·직원 징계 금감원 전결
    사법부 판결과 배치된 제재 논리
    징계 정당성 및 실효성 논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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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오는 12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은행 과징금 및 임직원 제재 수위를 결론 낼 전망이다. 

      2조 원대 과징금 규모도 초미의 관심사지만, 시장에서는 개인 중징계 여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은행 직원의 징계와 임원의 문책경고까지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으로, 사실상 이번 제재심에서 신분상 불이익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12일 홍콩 H지수 ELS 관련 3차 제재심을 진행한다. 금감원은 이미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에 총 2조 원 안팎의 과징금 제재안을 사전 통지한 상태로, 이번 심의에서 제재 수위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금융권 안팎의 관측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기존의 엄중 징계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들이 ELS 판매 당시 ‘과거 20년 손실률(백테스트)’을 누락한 점을 설명의무 위반의 핵심 근거로 삼아 사전 통지한 원안을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시선은 과징금보다 개인 제재 수위에 쏠려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재심에서는 신탁부 부장, 전략단장 등 실무 책임자와 관련 부서 부행장 등 의사결정 라인에 대해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안이, 감독 라인에는 감봉 수준의 처분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제재 체계상 과징금이나 임원의 직무정지 이상 징계는 금융위 단계에서 조정될 여지가 있지만, 임원 문책경고 이하와 직원 징계는 금감원 전결 사안이다. 제재심에서 수위가 정해지면 그대로 확정된다는 점에서, 금융위에서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조차 막히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문제는 법원의 최신 판례가 당국의 제재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콩 H지수 ELS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과거 지수 변동 자료나 수익률 모의실험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수익성과 위험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당국이 과징금과 징계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논리를 사법부가 부정한 셈이라, 징계가 강행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 판단대로라면 금감원이 은행 임직원에게 부과하려는 징계 사유 자체가 법률적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징계가 확정된다면 해당 개인은 승진 누락, 연봉 삭감, 평판 하락 등 회복하기 어려운 실질적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현실적인 실익을 챙기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과징금 규모는 원안대로 유지해 엄정 대응 기조를 이어가되, 법적 공방의 소지가 크고 개인에게 치명적인 임직원 징계 수위는 일부 조정해 제재심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금감원은 해당 판결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다수의 투자 경험이 있는 '경험 많은 투자자'였다는 특수성이 있고,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는 과거 자본시장법 때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규제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징계가 원안대로 강행될 경우, 향후 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징계의 적정성을 다투는 법적 대응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직자와 달리, 명예 회복이 절실한 퇴직자들이나 퇴직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법원 판례를 근거로 실익을 따져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3차 제재심 결론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과징금 근거에 대해 은행 측 손을 들어준 판례가 나온 상황에서, 개인의 직장 생활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중징계를 확정하는 것은 당국에도 부담일 것"이라며 "제재 논리에 정교함을 더해 확정할지, 아니면 수위 조절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