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코스닥은 상장폐지 강화?…'뺄셈' 접근 유효할까
상폐·시총 요건 강화…코스닥 퇴출 대상 최대 220곳 전망
연기금 수급으론 부족…거래소 분리·ETF 세제 카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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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코스닥 3000을 향해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장의 관심도 '어떤 방식으로' 코스닥을 끌어올릴 것인지로 옮겨갔다. 코스피는 저평가 국면이라는 인식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형 우량주의 실적이 지수를 견인했지만, 코스닥은 시장 구조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코스피가 '밸류업'을 통해 재평가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면, 코스닥은 '상장폐지 강화'를 통한 구조 정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코스피의 경우 자사주 소각 확대, 주주환원 강화, 밸류업 ETF 도입 등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 수단이 동원됐고, 코스닥은 시장 평균을 훼손하는 기업을 정리하는 이른바 '뺄셈식 접근'이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상장 유지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하고, 시가총액·자본잠식·공시 위반 기준을 한층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개편이 적용될 경우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기존 예상치(약 50곳)보다 크게 늘어난 100~220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건전성 제고를 통해 구조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접근이다. 상장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퇴출을 가속화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가 그 일환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상장폐지 개혁방안 브리핑에서 코스닥 지수 전망에 대한 질문에 "정부가 특정 지수 수준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해지면 지수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지난 5일 신년간담회에서 "코스닥이 1996년 100으로 시작했고, 2004년 10을 곱했다. 현재 1000을 넘었으니 30년 간 사실상 지수가 그대로인 셈"이라며 "부실기업 정리가 이뤄져야 저평가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코스닥 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과 함께 부실기업 정리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강화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코스닥이 저평가 국면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거래소가 지수 장기 정체를 근거로 구조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지수 수준만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코스닥이 저렴한 시장이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달 12일 기준 코스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로, 코스피(22.15배)의 5배를 넘는다. 미래 실적을 반영한 12개월 선행 PER 역시 28.7배로, 지난 5년 평균(18.4배)보다 약 56% 높아졌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이익 개선보다는 지수 상승 과정에서 PER이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며 "지수 차원의 펀더멘털 개선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상장폐지 강화 등 '구성 종목 정비' 중심의 접근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 운영 구조 자체를 손보려는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거래소 구조 개편이 대표적이다. 여당에서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피·코스닥 등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운영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역시 자본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거래소 구조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 노조 반발과 과거 2015년 지주회사 전환 추진이 무산된 전례 등을 고려할 때 제도 개편의 속도와 실현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강화와 시장 구조 개편 이후 추가적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나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관이나 연기금 수급만으로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코스닥 ETF 세제 지원 등 유동성 유입을 유도하는 정책 수단이 병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코스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가 있지만 코스닥은 실적이 나오지 않는 기업들이 워낙 많아 코스닥은 '퇴출'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연기금 수급으로만 올릴 순 없으니 코스닥 활성화 방안들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