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투자가 반드시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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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투자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내놓을 수 있을까. 당장 주관사 선정을 준비 중인 증권사들부터 고민에 휩싸여있다. 현재 실적으로는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데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더해져 고평가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는 지난해 1조9049원가량의 순이익을 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회계상 이익이다. 종속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관계기업으로 정리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대해 공정 가치를 반영한 결과다.
오히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지난해 로직스 매출액은 913억원으로 2014년의 매출액(1051억원)보다 줄었다. 영업손실도 1200억원에서 지난해 2036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 그룹 측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로직스 지분 100%의 공정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평가 시점 이후 로직스의 실적은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7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을 경우 고평가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선 미래의 수익가치를 선반영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 평가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 현재 실적이 나지 않은 기업이 미래에 낼 수 있는 수익을 추정해 밸류에이션 하는 방식이다. 비상장 기업 중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업가치 산정 형식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그룹도 DCF방식을 활용해 로직스의 가치를 분석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로직스에 대해 "사업개발 단계로 손실을 기록 중이나 CMO(생산대행)사업은 2016년 부터 흑자로 전환해 2018년 이후 영업이익률 30~40%대의 흑자를 예상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바이오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가장 신경쓰고 있는 시설규모 가치 끌어올 확률이 매우 높다"며 "현재 증설하고 있는 시설규모와 이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을 추정치로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 IPO부의 관계자는 로직스 IPO에 대해 "쉬운 밸류에이션은 아니다"라며 "많은 증권사들이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반영하고,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더해 기업가치를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PO 관계자는 "시설규모와 시설 완공 후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과 더불어 CMO 계약 규모 등을 추정해 가치를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로직스 역시 대외적으로 제3공장이 완공되는 2018년의 생산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착공 중인 14만리터 규모의 제3공장이 2018년 완공되면 32만리터의 생산능력을 갖군 글로벌 1위 제조사로 도약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시설규모가 반드시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바이오를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기술을 설명하는 숫자로 R&D 투자 규모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규모가 결과와 필연적인 관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DCF방식이 상장 공모에서 흔한 방식도 아니다. 바이오·제약 기업의 밸류에이션 척도로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주가순이익비율(PER)이다. 로직스는 적자 기업이라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 내재가치(EV)나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이익(EV/EBITDA) 등 PER 이외의 척도를 활용한 기업의 공모가 산정은 어김없이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실적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삼성'이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투자하라는 격"이라며 "DCF 기반의 평가 방법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주요 평가 기준을 나누고 그에 따라 가정을 제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밸류에이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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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0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