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건설사간 합병 '머뭇'…인력 1만명 감축부담
입력 14.05.15 09:00|수정 14.05.15 09:00
40년만에 ‘삼성종합건설’ 재출범 거론
불투명한 새 수익원도 합병 발목 잡아
  • [본 콘텐츠는 5월 14일 11:22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 삼성그룹의 사업 구조조정이 막바지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으로 전자 및 화학 계열에 대한 정리가 일단락 됐다. 다음 차례는 건설 계열이다.

    그룹 안팎에선 삼성물산의 ‘래미안’, 삼성엔지니어링의 발전·산업플랜트 사업부, 삼성에버랜드의 건설 사업부의 통합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룹 미래전략실은 건설사 통폐합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 부담, 신규 수익원 미발굴 등을 이유로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 물산·엔지니어링·에버랜드 건설 사업부 통합 가능성 거론

    삼성그룹 계열사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상반기 중 건설 계열사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내부에선 일찌감치 다양한 통합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공통적으로 제기된 내용은 삼성물산 아파트사업부, 삼성엔지니어링 발전·산업플랜트사업부, 삼성에버랜드 건설사업부 간의 합병이다. 흩어져있는 아파트·오피스 건설과 플랜트사업을 하나로 통합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규모가 작은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는 ‘합병 건설사’에 합치거나 정리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합병 건설사’는 삼성엔지니어링 상일동 사옥에 모인다. 전자는 ‘서초’, 금융은 ‘태평로’라면 건설은 ‘상일’에 집결 시킨다는 얘기다. 각 사별로 존재하는 조달파트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에 통합, 서초사옥에 배치한다.

    그룹 내부에선 합병 건설사의 새로운 사명으로 ‘삼성종합건설’ 또는 ‘삼성건설’이 거론된다. 삼성그룹은 1978년 신원개발을 인수, ‘삼성종합건설’을 출범시키며 건설업에 진출했다. 1993년에 ‘삼성건설’로 사명을 바꿨고 1995년 삼성물산에 합병되면서 ‘삼성건설’ 상호는 사라졌다.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면 40년만에 ‘삼성종합건설’ 이름을 되찾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 화공사업부를 제외시킨 것은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2014년 5월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13.1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할 가능성에 대비, 회사 핵심인 화공사업본부만 남기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엔지니어링 화공사업부의 경우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화공사업부는 설계 및 사업을 포함해, 현재 판교에 건설 중인 삼성중공업 연구개발(R&D) 센터로 이전하거나 내년에 삼성중공업 거제 본사로 옮긴다.

    계열사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삼성SDS에 건설 계열사간 시스템 통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물산 내부에서는 시점이 문제일 뿐 올해 중 합병이 이뤄질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은 프로젝트 적자가 이어져 올해 중으로 재정적 한계에 직면에 처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구조조정 부담·신규 먹거리 미발굴…미래전략실, 건설 구조조정 고심

    시장은 물론 해당 계열사 내부에서도 건설 사업부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건설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도 지난 4월16일 수요사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설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도 전자와 화학계열사의 구조조정이 일단락 된 상황에서 건설 부문의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한다. 다만 해결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몇몇 이유 때문에 섣불리 손 대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는 건설사 통폐합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부담이다.

    2013년 12월 기준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직원(정규직 및 계약직 포함)은 7701명, 삼성엔지니어링은 7135명이다. 삼성에버랜드 건설사업부 2026명,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 401명이다. 직간접적으로 건설 사업부에 속한 인원만 2만명에 육박한다.

    건설사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인원의 절반가량, 다시 말해 1만여명 정도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삼성’이라는 이름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삼성 건설사의 대규모 인력 감축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올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은 사회적 문제로 여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극도로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간 대규모 인원 구조조정이 수반된 건설사간 합병이라면 그룹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4개 건설사 합병시 ‘그 이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미래전략실 입장에서는 고민거리이다.

    국내에선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래미안’을 위시한 아파트 건설업의 매력은 크게 떨어졌다. 해외에선 대규모 플랜트 수주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중동에 편중돼 있고 이곳에서의 이익률은 이미 상당히 낮아진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발(發) 해외 저가수주에 따른 충격파는 여전하다. 신규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지만 만만치 않다.

    국내 건설업계에선 내년부터 화공 플랜트 건설의 중심축이 중동에서 북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의 영향으로 북미 지역에 에탄크래커(가스기반 에틸렌 생산공장) 발주가 급증,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을 포함한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역량을 북미지역의 가스 기반 플랜트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셰일가스는 삼성그룹 건설 계열사는 물론 국내 대형 건설사 중 아무도 경험이 없다”며 “신규 수익원에 대한 발굴이 이뤄지지 않아 미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도 건설사간 합병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