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삼성式 '상시 구조조정' 잇따라
입력 14.05.15 09:01|수정 14.05.15 09:01
단숨에 인력 감축했던 IMF때와 달리
경영상황 좋아도 미리 구조조정 진행
  • [본 콘텐츠는 5월 14일 11:22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한진 ·현대 ·동부 등 자구계획안을 진행 중인 기업뿐만 아니라 우량 대기업들도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에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상시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이 먼저 포문을 열자, 다른 대기업들도 그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화와 SK다. 한화의 경우 올초부터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생명보험이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한화케미칼도 자회사인 한화L&C의 건축자재사업부와 제약 자회사 드림파마의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편의점 씨스페이스 매각도 진행 중이다.

  • SK도 전방위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SK네트웍스는 단말기 소매유통사업을 SK텔레콤으로 양도했다. 대치동 신사옥 매각이 진행 중이며 해외 자회사 매각도 검토 중이다. SK플래닛은 올초 희망퇴직으로 150여명을 정리했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를 종업원 인수방식으로 분사시켰다. SK해운은 벙커링 자회사인 SK B&T의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수장이 바뀐 포스코와 KT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의 취임 후 6개 사업부문을 4개 본부로 개편했다. 샌드파이어 지분을 매각하는 등 해외 자회사도 정리하고 있다. 최근엔 대우인터내셔널 및 파이넥스 설비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16일 ▲비(非)핵심 자산 매각 ▲자산 유동화 ▲주요 계열사 상장(IPO)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KT도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직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22개 조직이 9개 부문으로 통폐합됐다. 130여명인 임원 수는 100명 안팎으로 줄었다. 지난달에는 희망 명예퇴직으로 임직원 8320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비슷한 시기에 구조조정본부 격인 경영진단센터가 신설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 건설사업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1조원 규모 리츠의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최근 잠정보류하기로 했다. 중국 내 백화점·마트 중 부진한 점포는 폐점할 방침이다.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상시적 구조조정’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이 시작하자 다른 기업들도 뛰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은 올초부터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은 이를 시작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사업들을 정리해갔다. 삼성정밀화학은 폴리실리콘 자회사 SMP의 지분 35%를 매각한데 이어, 도료업체인 PPG SSC의 지분도 처분했다. BT파우더 생산설비도 삼성전기로 영업양도할 예정이다. 삼성테크윈도 반도체부품사업부를 영업양도 방식으로 정리했다.

    주요 계열사간 합병을 결정하기도 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을 결정했다. 사업적 연계가 있는 계열사를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다.

    재계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잠재적 위험에 대해 더욱 민감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도 쓰러지면서 여기저기서 단숨에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며 “그때 경험 때문인지 지금은 경영상황이 좋아도 미리 안 좋은 사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