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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내 대형 로펌의 매출(법률자문 수수료 수입) 실적을 보면, 세종만 역성장했다. 변호사 수에서는 이미 광장에 추월 당했고, 율촌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왔다. 태평양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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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몰린 세종은 2013년 2월말 강신섭 대표변호사(57, 사법연수원 13기)를 경영담당 대표변호사로 선임했다. 그는 세종의 창업 세대가 아니다. 현재 국내 주요 로펌의 경영을 아직까지도 창업 세대가 쥐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다소 파격적이었다. 지난 2001년, 그가 경영했던 열린합동법률사무소를 세종과 합병하면서 합류했다.그리고 1년.
구원 투수로 올라온 강 대표변호사는 세종의 위기를 끊어냈다. 2012년 1300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46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증가 이상의 수확도 올렸다. 강 대표변호사는 "로펌 전체적으로 한 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게 지난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세종의 지난해 성과를 한 로펌의 턴어라운드 정도로만 의미부여하긴 아쉽다.
강 대표변호사 체제의 '세종'에는 우리나라 로펌의 실질적인 경영 과제와 고민, 그에 대한 해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대형 로펌의 경영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창업 1세대가 뒤로 물러난 뒤 창업 2세대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1세대와 함께 로펌을 키운 공신이다. 하지만 로펌 성장에 공헌한, 판·검사 출신인 동년배의 머리 히끗한 영입 변호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세대와 같은 권위를 지니지 못하니 경영 여건은 피곤하다. 구성원들은 창업세대의 성장과 옛 명성을 얘기하지만 현실은 여러 의견들을 조율하며 동의를 구해야 해 의사 결정 속도도 늦다. 내부에서는 경영진의 능력 부족을 질타하고 외부에서는 성장이 멈췄다는 평가를 내린다.
지난 몇 년간 세종은 이같은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렀다. 강 대표변호사 체제의 세종은 1세대와 2세대 이후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로펌 경영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세종의 경영과 앞으로의 모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베스트조선은 지난달 30일 강 대표변호사와 만나 지난해 세종의 경영과 올해 계획, 나아가 로펌 경영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한 순혈주의 타파, 룰(Rule)에 의한 경영, 화합과 소통, 인화를 바탕으로 한 경영"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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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담 대표변호사를 맡으신 지 1년 조금 넘었다.
"대기업 회장님들이 연초에 '위기'를 이야기하는데, 로펌 경영을 맡다 보니 작년에 이렇게 해왔는 데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안하고 자신감에 차서 경영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목표에 집중하지만 늘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 지난 1년간 악역도 많이 했다."
-경영 전담은 세종에서는 처음, 변호사 경력으로는 두 번째다.
"변호사로서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와 경영을 맡는 변호사는 직업이 전혀 다르다. 보통 변호사는 고객을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훈련돼 있지만 로펌 경영은 변호사들의 역량 집결, 취약 분야와 미래 신성장동력 투자 등을 매 순간 결정해야 한다. 로펌 경영은 훈련 받은 변호사들이 맡아야 한다.
차세대 로펌을 이끌어 갈, 경영을 담당할 변호사를 키우는 게 중요한 일이다. 위대한 지도자가 가져야 할 마지막 덕목이 후계자를 잘 키우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로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제가 경영을 이끌고 있지만 우리 후세대는 누가 해야 할 지를 고민하면서 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순혈주의 타파, 외부 인재 영입을 이야기했다.
"외부 인재 영입은 세종에 대한 위기 의식에서 시작했지만 단순히 전문인력 증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초창기에 창업 당시의 문화와 현재 변호사 등을 포함해 총 700명 가까이 되는 세종의 문화는 달라져야 한다. 초창기가 중소기업의 문화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대기업을 경영한다는 생각으로 경영해야 한다.
처음 세종을 시작했던 당시 몇 명의 변호사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여러 고비를 넘겼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강한 인적 유대감이 생겼을 것이고 동지가 됐다. 가족끼리도 친하게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인원이 100명, 200명, 300명으로 늘어날수록 동지적 유대감은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사람을 객관적인 능력과 인품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는 데 초창기 합류했다는 이유로 논공행상이 이뤄지면 안된다.
현재 세종 내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 초창기 세종 인력의 50%가 안 된다. 이런 문화(순혈주의 타파)는 성공하고 있다. 세종 내부에선 능력 있고 책임감 있으면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세종에 합류했건, 중간에 법원이나 검찰에서 들어왔건 관계없이 중요 직책을 맡을 수 있다.
세종에서 순혈주의는 상당부분 깨졌다. 앞으로도 급속히 깨질 것이다. 세종은 다른 로펌보다 개방적인 조직이 되고 있다."
-세종은 경영 의사 결정이 다른 로펌에 비해 늦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소수의 경영진이 이끌고 있는 다른 로펌과 비교해보면 그럴 수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낼지는 잘 모르겠다. 세종의 의사결정 속도는 전에 비해 빨라졌다. 과거에는 이사회 성격의 위원회 참여 인원이 9명이었지만 이제는 5명이다.
인원이 줄면서 경영진들간의 이견이 줄면서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내부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해 가장 큰 성과였다. 매출액이 오르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는 아니었다."
-2012년 위기였다고 하지만 보통 전문가 집단은 변화에 강하게 저항한다.
"로펌 화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성원들의 인화를 중시하고 마음을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열린 마음으로 경영을 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 경영 상황을 공개하고 부족한 분야는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설득했다.
세종은 2013년에 상당히 절박했다. 하지만 무슨 일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주요 관계되는 파트너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했다. 그런 노력이 세종 전체의 '인화'로 연결됐다. 지난해 성과의 원인을 꼽자면 '인화'이다. 경영 담당 변호사가 몸을 낮춰야 한다."
-'룰(Rule)'에 의한 경영은.
"창업세대가 아닌 한 로펌 경영은 제왕적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경영진의 영향력이 창업세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후부터는 '룰'에 의한 경영을 해야 한다. 룰을 따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어떤 규정에 따라서 근무해야 하고, 준비서면이나 의견서도 룰에 따라 제출하고 보내줘야 한다. 파트너와 어쏘변호사가 할 일, 기한을 지키는 일 등도 모두 룰로 볼 수 있다. 룰에 의한 경영은 김두식 전 경영담당 대표변호사 시절부터 시작됐고 현재도 내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처음 룰에 의한 경영을 이야기하자 파트너 변호사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반발이 없다. 외부 평가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룰을 지키는 게 업무에 대한 간섭이 아니며,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쌓였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룰 준수 여부에 대해 매달 파악해 어긋나는 일이 있을 경우 소명을 하게 할 예정이다."
-사회공헌 사업은 생각보다 구체화 속도가 늦다.
"현재 탈북청소년, 다문화 가정, 이주 난민 지원을 위해 사단법인 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눔과 이음'으로 이름도 지었다. 현재 세종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김용담 전 대법관을 이사장으로 모시려고 한다. 하반기부터 본격 진행한다.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일부에게는 세종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줄 예정이다. 인턴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에 한발 들여놨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좋겠다."
-올해 계획은.
"인재 영입을 계속하고 있다. 노동과 지식재산권 분야가 먼저 보강해야 할 부분이다. 1~2년 내에 성과가 나진 않겠지만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겠다. 경영 전담 변호사로서 로펌을 위해 지원하는 자세로 일하고 싶다."
[법무법인 세종 강신섭 대표변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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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Rule)에 의한 경영 확립, 로펌 경영 새로운 패러다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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