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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27일 19:3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왜 이리 답이 없는 겁니까?"
지난 19일 LIG손해보험 매각 본입찰이 끝난 후 시장에서는 다양한 평가와 예측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의사결정권자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LIG손보 주주(매각자)들은 아직도 응답이 없다.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도 "가격을 더 높여달라"든지, "이런저런 협상조건을 받아달라"는 등의 신호를 인수후보들에게 주지 않고 있다.
본입찰 완료 후 1주일이 지나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보들은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LIG손보 매각은 한마디로 '답보' 상태다.의미 있게 거론되는 후보는 예상대로 롯데, KB금융지주,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 3곳이다. 거래 초기부터 예상된 그대로다. 자베즈파트너스 컨소시엄도 배제하기 어려운 후보다. 이들은 자베즈와 일본 오릭스(Orix)가 공동 운용사(Co-GP)로 펀드를 만들고 새마을금고 등에서 투자금을 받아 LIG손보를 인수하는 형태로 이번 입찰을 준비해 왔다. '허수후보'로 꼽혔던 중국 푸싱그룹만 관심대상에서 빠졌다.
지금까지 거래 관계자들이 뺀 '진도'는 19일 본입찰 완료, 그리고 지난 주말께 각 후보들의 인수조건에 대한 마크업(Mark up;의미와 조건 구체화) 정도다. 그후에는 매각자가 별다른 공식적인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한때 각 인수 후보가 제출한 가격에 대한 유추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차분히 따져보면 이들의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대략 5000억원 중반 선에서 불과 몇백억원씩 차이가 나는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 가격차이는 실사 후 '±5%' 내외의 가격조정한도만 감안해도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하다. 일례로 5500억원이라고 해도 가격조정한도만 약 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골드만옥션이 다시 실시되면 조정할 여지는 더 커진다.
오히려 가격보다 더 민감한 협상조건이 다수 포진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LIG'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용료를 앞으로 낼 것이냐는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만일 LIG손해보험을 인수할 새 주인이 LIG 브랜드나 상표권 등을 그대로 쓰는 대신, 대가로 수수료를 내게 된다면 이는 LIG손해보험 매각자(주주)들에게는 매각대금 이외에도 수년간 꾸준히 제공되는 준(準) 배당 성격의 돈이 된다.
이는 기간과 금액에 따라 매각 대금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이런 브랜드 사용료 문제는 웬만한 대형 M&A에서는 늘 한번씩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왔던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상황이 이러니 '제2라운드'가 예상된다. 이번 딜을 주도하는 회사가 골드만삭스이니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다른 M&A 거래였다면 "어디가 얼마 썼으니, 좀 더 가격을 올려보라"라든가, "LIG오너일가가 원하는 게 무엇이니 이 조건을 맞춰보라"라는 등의 입질이 벌써 오고도 남아야 했다. 그런데도 본 입찰이 끝난후 1주일이 넘게 아무 소식이 없고 잠잠한 상황이 된 것. "뭔가 원하는 게 있으면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의사표시도 없다"라는 게 거래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그러는 와중에 시장에서는 각 후보들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가 난무했다. 모든 후보가 다 한번씩 등장했을 정도다. "롯데는 LIG손보 인수가 불가능하다", "KB금융지주는 이미 인수를 포기했다", "동양생명-보고펀드는 인수가 어렵다", 자베즈 컨소시엄도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다" 등의 얘기들이다. 이 정도는 그나마 양호한 평가에 해당된다. '진실성'이 의심되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어느 후보 하나 '약점'이 없는 곳이 없다보니 이런 루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못하다. 자금력과 시너지가 강점으로 꼽혔던 롯데는 결국 LIG손보 노조의 극렬한 반대에 시달리게 되면서 조용하게 M&A딜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비은행부문 확장을 원하고 LIG손보 직원들로부터도 꽤 환영을 받았던 KB금융지주는 의외로 높은 가격을 썼지만 추가 라운드에서 인수금액 상향 여부 가능성과 최근 내부 집안싸움이 겹쳤다. 동양-보고 컨소의 경우, 동양생명 가용자금에 더해 3000억원대 외부 투자확약서(LOC)까지 제출했지만 자금력과 별개로 LIG손보 인수가 회사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딜 규모만 놓고봐도 이들로서는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
거래가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LIG손보 주주들이 회사를 팔 생각이 없는데 본입찰 가격이 괜찮게 나왔으니 당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또 나오고 있다.
만일 매각의사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본입찰 가격이 4000억원대 정도로 형성됐다면? 구주가격 6000억원을 불렀던터라 "도저히 가격이 안 맞아 못 팔겠다"라는 명분(?)획득이 가능할 터였다. 그런데 본입찰에서 정말 6000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형성됐으니 이런 명분 획득도 쉽지 않다는 얘기인 셈이다.
한켠으로는 구자원 회장을 비롯해 매각자가 9명이나 되는데다, 이들 각각이 개인 주요 주주다보니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언급된다. 똑같은 매각 측이지만 A 회장과 B 이사장이 처한 이해관계가 다 다르고, 이번 매각이 끝나면 직장을 잃을 이들도 생길 수 있기 때문.
다만 이번 주 중반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신호'가 올 것으로 거래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간 거래 진척상황을 볼 때 곧바로 "OO후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하겠다"라는 선언보다 "이제 2라운드를 시작하겠으니 어떤 조건을 내놓으라"라는 가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본입찰 이후 조건 마크업 정도 진행…추가 협상 소식 없어
인수후보들도 한결 같이 답답…5월 마지막주에 '전환점' 올 듯
인수후보들도 한결 같이 답답…5월 마지막주에 '전환점' 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