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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03일 15:3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3일 오전, 에버랜드 상장 추진 선언에 가장 놀란 곳은 국내ㆍ외 투자은행(IB)들이다.
딜 가뭄에 시달린 이들에게는 한편 반가우면서도, 한편 무거운 소식이 됐다. 운좋게 주관사 자리를 꿰찮다면야 행복한 일이 되겠지만 행여 선정과정에서 후보군(Short list)에도 끼지 못할 경우 각 IB하우스들이 느껴야 할 '압박감'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상장선언에 IB들 대다수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정확히 말하면 "언젠간 에버랜드 상장이 거론될 줄은 알았으나 그게 지금 나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삼성그룹의 철저한 '보안유지'에 대한 놀라움과 존경(?)이 표현되기도 한다.
따져보면 상장을 발표한 시기도 애매하다. 불과 1달 전 삼성그룹은 '연내에 삼성SDS를 상장하겠다'고 발표하며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숨쉴 틈도 없이 곧바로 골드만삭스와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뽑았다. 그리고는 딱 2주가 지나 이번에는 그룹 지배회사격으로 추앙받던 에버랜드를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보다도 규모가 작은 그룹들도 이렇게 한꺼번에, 그것도 단기간내 주요 계열사나 핵심회사를 복수로 상장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삼성은 지난 수년간 시장에서 계열사 IPO 얘기가 나올 때마다 꿈쩍 않고 바위처럼 버텨온 이력이 있다. 이러던 삼성이 저리 다급히 움직이고 있으니, 시장에서는 지금 삼성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예사롭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어찌되었든 이번 거래로 나름 한가닥한다는 글로벌 IB나 국내 증권사들은 지방선거ㆍ현충일이 이어지는 연휴를 전부 반납하고 제안서 준비에 나서야 한다. 삼성SDS 주관사 선정에서 입찰제안요청서(RFP)배포 후 불과 8일 만에 제안서를 내도록 했음을 감안하면, 이번 에버랜드 때도 넉넉한 시간이 제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준비기간이 길어야 1주일 정도로 예상된다.
당장 관심사는 "이번에는 누가 주관사로 뽑히느냐"다. 단순히 올해 장사를 잘 하느냐 문제가 아니다. IB하우스 전체의 평판을 좌우할 트랙레코드 확보가 달려 있다.
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나 JP모간, 한국투자증권 등은 당연히 제외시키는 분위기다. 이들은 얼마전 삼성SDS 상장의 대표주관(골드만ㆍ한국) 또는 공동주관(JP모간)을 맡았다. 딜 규모 등을 놓고봐도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버랜드 상장까지 맡을 수 있겠느냐는 자연스러운 예상이다.
삼성SDS 상장 주관사로 국내 증권사 2곳을 고를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국증권만이 단독으로 뽑힌 것도 에버랜드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IB들과 비교할때 상대적으로 국내 증권사 풀(Pool)이 많지 않기 때문에 후보들을 아껴놓았어야 한다는 의미다.
상장시기 겹침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구도로는 삼성SDS는 연내 상장, 그러니까 올 하반기 본격화가 예고돼 있다. 에버랜드 상장은 빨라야 내년 1분기에 시작될 전망이다.
그런데 만일 하반기 주식시장 상황이 변하거나 IT서비스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진다면? 삼성SDS 상장이 미뤄지거나 시간이 더 소요될지도 모른다. 누구도 주식시장 상황을 100% 자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SDS 상장-에버랜드 상장 시기가 겹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극단적으로 두 회사 상장 시기를 각각 차적으로 미뤄될 만큼 지금 삼성그룹이 처한 상황이 여유로운지도 미지수다. 그러니 에버랜드 상장 주관사는 SDS 주관사에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물론 결정권은 삼성그룹이 가지고 있고, 골드만 등 당사자들은 다른 논리를 펴낼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국내에서 활동하는 IB들로서는 또 한번 주관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순서상으로는 삼성SDS에 이은 '2라운드' 경쟁이지만, 중요도를 놓고보면 1라운드보다 더 평가받는 2라운드일수 있다.
당장 삼성SDS보다 에버랜드 상장 주관사 자리가 더 장점이 많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예상 시가총액은 삼성SDS가 더 크지만, 에버랜드의 경우 자사주(15.2%)나 KCC(17%) 등 구주매출이 필요한 지분이 더 많다. 모집 규모가 크면 그만큼 주관사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커진다. 실적 확보에도 유리하다. 에버랜드가 그간 차지한 삼성그룹내 위상과 상징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언젠간 나올줄 알았지만, 그게 지금일 줄은 몰랐다"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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