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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월03일 14: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그런 와중에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피터 샌즈 회장은 "한국 철수는 없다"며 한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의 시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수년동안 자회사의 배당과 구조조정 외에 SC가 한국 시장에서 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한발 나아가 박 대통령이 수많은 글로벌 CEO 가운데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 적이 없는 샌즈 SC 회장을 접견할 까닭이 있느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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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에서 SC의 존재감은 10여년전에 비해 크게 약해졌다.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기대감이 컸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0년 6.4%에서 2013년 1.2%로 떨어졌다. 올 1분기에는 -2.6%를 기록했다. 국내 지방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해도 턱없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지난 2013년 SC는 상반기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그룹 내 한국 부문 실적이 8억6100만달러의 세전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SC은행의 영업권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SC는 한국법인 영업권 18억달러 중 10억달러를 감액했다. SC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8억달러로 줄였다는 얘기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SC가 너무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제일은행을 샀으면서 글로벌 기업설명회(IR)에서는 한국 지점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를 한다"며 "SC의 제일은행 M&A가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뛰어들었던 제2금융권 사업은 6년 만에 철수했다. SC그룹은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지분 100%를 일본계 대부업체인 J트러스트에 매각하기로 했다. SC그룹의 저축은행 경영은 순탄하지 않았다. 자산규모와 예대율이 하락하고, 영업력까지 떨어져 수익이 악화했다. SC캐피탈도 할부금융 등 소매금융을 맡고 있지만, 업황 악화로 손실만 늘었다. 지난해 SC저축은행은 216억원, SC캐피탈은 13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매각하게 됐고, SC증권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SC금융지주는 지주사로서의 의미를 잃게 됐다. 사실상 지주자 해체가 임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영국 SC그룹이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철수설에 대해선 일축했다. 샌즈 회장은 "SC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추측은 사실이 아니며 그럴 의사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일본과 몽골 시장을 포괄하는 동북아시아지역본부를 한국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샌즈 회장은 또 신흥시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갖고 있는 SC가 한국 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권은 샌즈 회장의 박 대통령 접견을 두고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샌즈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한국의 역외 위안화 허브 구축을 제안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샌즈 회장은 "한국이 중국과의 교역 및 투자 규모가 매우 큰 데다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채권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역외 허브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것이 한국 금융산업에 실질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시기에 위안화 시장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은 SC의 위안화 시장 선점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에도 국내 은행들이 많은데 이것을 샌즈 회장이 직접 얘기했다는 것은 SC가 중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위안화 사업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미"라며 "피터 샌즈 회장은 전 정권에서도 SC제일은행의 지주사 전환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한 적이 있는데, 국내 영업을 통한 영향력 확대보다 정치적 접근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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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없는 SC 회장을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히 접견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반응도 있다.
이는 SC가 한국 시장에 기여한 바가 크지 않고,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는 것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SC가 그동안 단행해온 고배당 논란이다.
SC은행은 2009년 당기순이익 4326억원을 기록하고 2500억원을 배당했다. 2010년에는 당기순이익이 3224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2000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2011년에는 당기순이익이 2560억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줄었지만 배당금은 2000억원으로 같았다. 2012년에는 당기순이익이 1947억원에 그쳤는데도 2000억원을 배당해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본사에 송금된 돈은 용역비(7202억5300만원)와 배당금(6500억원) 등 1조3700억원이 넘는다. 인수자금 40%를 회수한 셈이다. 상황이 심각하다보니 금융당국마저 배당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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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도 SC가 한국 시장에서 보여온 주된 행태였다.
SC은행은 2011년 수익이 높은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지점은 없애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011년 25개 지점을 폐쇄했고, 2012년에도 15개 영업점을 없애는 등 지점 통폐합 및 축소 작업을 벌였다. 2012년 파업 후에는 전직원의 15%에 달하는 850여명에 대해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올해도 SC은행은 구조조정의 구름에 휩싸여 있다. 1월에 150명에 대한 명예퇴직이 이뤄졌다. SC은행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올해 지점 50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지만 점포 폐쇄는 결국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SC가 한국에 와서 국내 가계나 기업, 금융시장에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한 사례는 기억이 나지 않으며 한 것은 고배당과 구조조정 밖에 없다"며 "실적은 떨어지고 몸집은 작아지는 등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데 영국 SC 본사가 한 일은 CEO 교체뿐"이라고 지적했다. SC는 지난 3월 리차드 힐 회장을 대신해 아제이 칸왈 대만 SC은행 CEO를 한국SC금융지주 회장에 선임했다.
한국 철수설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결여된 주장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SC가 한국에서 철수를 안하는 건지, 아니면 못하는 건지'를 놓고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규제는 심하고, 더군다나 침체기에 빠진 국내 금융시장에서 SC은행을 내놔도 살만한 곳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한국 철수설의 진실을 떠나 SC를 바라보는 시선은 날로 차가워지고 있다.
자회사 매각 및 지점 통·폐합에 한국 철수설 끊이지 않아
업계 "위안화 시장 선점 의도…한국 시장에 뭘 기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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