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채권단 “이통3사 출자전환 거부하면 법정관리도 무의미"
입력 14.07.08 11:09|수정 14.07.08 11:09
"출자전환 무산시 팬택 영업력 상실…매각도 힘들다"
  • [07월08일 09:5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팬택 출자전환에 대한 결정 시한인 8일을 맞이하고도 이동통신 3사의 고민이 여전하다. 그 와중에 채권단의 다급함만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팬택 채권단 관계자는 7일 “이통3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팬택은 더 이상 생존 방법이 없다”며 “향후 매각절차를 밟으려고 해도 회사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통3사 도움 없이는 사실상 팬택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단순히 빚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영업과 직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채권단이 요청한 출자전환은 이통3사가 팬택으로부터 지급받을 1800억원 규모 판매장려금(매출채권, SKT 900억원/KTㆍLGT 900억원)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다보니 출자전환을 한다는 것은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이통3사가 팬택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줄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이통3사의 출자전환 자체가 무산되면, 팬택의 향후 영업자체도 어려워진다는 것이 채권단의 의견이다.

    그러다보니 출자전환이 거부될 경우 향후 진행될 법정관리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영업이 안 되면 (법정관리도) 의미가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이다. 이 경우 곧바로 매각하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가 되는데, 영업이 안 되고 이통사마저 발을 뺐으니 매각절차를 밟기도 전에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출자전환은 팬택을 매각할 때까지라도 버티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 사실 채권단이 지난달 13일 경영정상화 방안을 잠정결정했을 때만해도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다. 당시 채권단은 이통3사가 출자전환에 동의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1800억원 규모 매출채권 회수의 어려움 ▲단말기 재고 73만대 처리 문제 ▲삼성·LG 과점체제하 약해지는 교섭력 등 이통3사도 감수해야 할 손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권단 사이에서는 “팬택이 망하면 삼성·LG만 남는데, 이통사 입장에선 더 안 좋은 것 아니겠냐”, “이통3사가 공멸하지 않으려면 협력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 3사는 채권단의 기대와 달리 움직였다. 우려감의 이유는 간단했다. '주주’로서 팬택의 생존을 돕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법정관리를 면해도 점유율이 확 늘거나 사업환경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런데 이번에 도와주면 또 다시 도와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가야하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이통3사는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며 마감시한인 8일까지도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이통3사는 팬택의 출자전환에 동참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자, 그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러다보니 14일까지 이통사의 결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