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이통사 구매 없인 법정관리도 무용지물
입력 14.08.11 08:44|수정 14.08.11 08:44
이통3사, 재고 부담에 단말기 구매 거부…팬택 매출 막혀
영업 정상화 없인 매각 불가능…“법정관리 가도 어려울 것”
  • [08월07일 10:0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팬택이 워크아웃을 재개한 지 얼마 안 돼 다시 존속 위기를 맞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구매 거부로 당장 매출을 낼 길이 막힌 상황이다.

    지난 4일 팬택은 호소문을 통해 이통3사에 즉각적인 단말기 구매 및 최소 수량 구매를 요청했다. 이통3사의 입장이 변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음날인 5일엔 팬택 협력업체 협의회가 팬택 및 협력업체의 생존을 도와달라고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통3사가 단말기 구매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팬택이 생존기로에 선 상황이다. 이통3사가 채권 상환기한을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팬택 및 채권단은 단말기 구매 또한 적절히 이뤄질 것으로 봤다. 최소 구매물량으로 요구한 15만~17만대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정 물량은 구매해줄 것으로 본 것이다.

    당시 이통3사는 “고객수요 및 기존 재고물량 등 각사의 수급상황을 고려해 판단한다”는 입장이었다. 팬택과 채권단은 어느 정도 협력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통3사는 재고(약 50만대)가 소진될 때까지 단말기를 거의 구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국내시장 의존도가 약 90%인 팬택 입장에선 이는 당장 매출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신제품인 ‘베가팝업노트’(현지명 SKY A920S/K/L)를 베트남 온라인마켓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이로는 역부족이다. 당장 원자재 매입, 임직원 임금지급, 협력업체 대금결제 등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이통3사가 재고를 해소한 뒤 팬택 단말기를 매입하면, 이미 늦는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팬택 관계자는 “재고가 얼마 안 남았을 때 단말기를 사준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회사가 다 무너진 상태일 것”이라며 “지금 사줘야 정상적으로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을 재개하려 했던 채권단도 다시 손을 놓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영 정상화방안 자체를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운 처지다. 당초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통해 팬택의 재무구조 및 영업상황을 개선시켜, 회사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줄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회사가 매출을 전혀 낼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재조정의 의미가 없어진 상황으로 채권단 입장에선 방법이 없다”며 “이통3사의 입장이 변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가더라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의 최종단계인 매각 또한 어려워졌다. 협력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당장 제품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생겼다. 매각의 전제조건인 생존가능성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매출채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자금이 바닥이 지금, 인수에 관심을 보일 곳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