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는 쌍용건설, 재무부담 확 줄였다
입력 14.08.11 08:44|수정 14.08.11 08:44
회생채권 7600억원 중 73% 출자전환…나머지 10년 동안 갚기로
PF 우발채무 4791억원 전액 손실반영해 해소
고부가 건축·토목사업 기반한 해외수주 경쟁력 여전히 유효
  • [08월08일 09:1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쌍용건설이 매각주관사 선정절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회생계획안이 승인되면서 회사의 재무부담은 상당부문 경감된 상태다. 이 점이 인수후보들에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지가 매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은 올 1월 추가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 이후 회생절차를 밟으며 재무부담을 경감시켜왔다. 우선 지난달 25일 법원의 회생계획안 승인에 따라 채권액이 85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중 900억원은 회생담보권으로, 담보를 매각하면 곧바로 갚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결국 회생채권 7600억원이 실질적인 채무인데, 이 중 73%(5548억원)는 지난달 25일 출자전환을 통해 해소했다. 나머지 27%(2052억원)만 갚으면 되는 상황이다. 이는 10년에 걸쳐 변제하기로 결정했다.

  •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해소된 것도 의미가 크다. 채무 전액(4791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손실액은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금융위기 이후 PF 우발채무 문제로 애를 먹었다. 채무 규모도 문제였지만, 다른 건설사보다 이를 해소하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PF 우발채무를 해소했다. 쌍용건설은 당시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신 수주로 벌어들인 돈을 투입했다. 최근 3년간 순손실이 급증한 배경이다. 같은 기간 PF 우발채무 규모는 7748억원 줄었다. 

    회사 입장에선 재무적으로 탄탄한 새 주인을 만나면 재기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쌍용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갔음에도, 매출 규모는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수주상황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은 덕분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지금도 국내 및 해외사업장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법정관리 이후에도 수주를 맡긴 발주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 특히 강점인 해외수주 능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매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최근 해외 토목부문 매출이 줄고 있으나, 건축부문 매출이 그 이상 늘며 만회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싱가포르를 비롯한 세계 8개국에서 3조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2단계사업, 인도네시아 세인트 레지스호텔(St. Regis Hotel) 복합건물 등 고부가 건축·토목사업이 대부분이다. 주요 건설사들이 저가수주 후유증을 겪은 플랜트사업 비중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때 1조원까지 논의되던 매각가격은 법정관리 하에 상당 수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가격은 2000억~3000억원 수준. 회사가 10년간 변제해야 할 채권액 2052억원이 일종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빚을 갚을 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인수측이 ‘일시불 상환’을 조건으로 매각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각대금이 채권상환에 쓰인다면, ‘한 번에 갚겠다’는 조건으로 가격을 낮춰달라고 협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