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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18일 14:1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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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전자보다 2.5배 높은 입찰가를 불러 한전 부지를 낙찰 받으면서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 한전 부지 입찰 담당자의 문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8일 한전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기술(한전) 본사 부지 매각 낙찰자로 현대차그룹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7만 9342㎡ 규모의 한전 부지 감정가가 3조3400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의 입찰 금액은 10조5500억원으로 감정가의 3배를 넘었다. 시장에선 경쟁업체였던 삼성전자가 적게는 4조원 초반대, 많게는 5조원 중반대를 입찰가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삼성전자보다도 2~2.5배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
현대차의 입찰가 10조5500억원은 주력 차종인 LF쏘나타 42만대 이상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L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올해 내수시장에서 6만3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쏘나타 연간 판매계획 6~7년치를 땅값에 쓴 셈이다.
삼성전자와의 입찰가 격차인 6조원가량으로 환산하면 현대차가 쏘나타 24만대어치를 팔아야 거둘 수 있는 돈을 삼성전자 보다 더 썼다.
벌써부터 현대차그룹의 '승자의 저주'가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차는 부동산 투자에, 그것도 너무 많은 실탄을 쏟아 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한전 부지 입찰 담당자의 문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전 부지 입찰을 위해 그룹 차원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참여했는지는 아는 바 없다"고 전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입찰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관련 부서에서 1명씩 참여하는 회의체를 만들어 준비해왔다. 이후 참여 의사를 발표한 뒤 회의체를 전담 TF 체제로 바꿨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선 삼성전자보다 한전 부지 낙찰이 더 중요했던 것은 사실이고 정몽구 회장의 의지도 매우 강했다"면서도 "담당자들이 오너가(家)에 대한 지나친 충성심으로 무리한 가격을 질렀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 주가는 이날 전일종가 21만8000원보다 9.17%(2만원) 하락한 19만8000원으로 마감하며 지난 6월 이후 3개월만에 20만대가 무너졌다.
컨소시엄에 포함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전일 대비 4600원(7.80%) 하락한 5만4400원, 현대모비스는 2만2000원(7.89%) 떨어진 25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 등 컨소시엄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보유량에 비해 한전부지 낙찰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향후 현대·기아차의 미래 전략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형쏘나타 42만대어치…삼성전자 2.5배 이상 입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