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길 걷는 포스코-현대제철, 누가 웃을까
입력 14.09.22 18:20|수정 14.09.22 18:20
[현대제철發 철강업계 구조조정②]
포스코, 주력사업 역량 강화·고부가가치 철강 생산
현대제철, 특수강 생산능력 확보로 현대차그룹 철강 수직계열화
  • [09월18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상반된 행보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로 인한 철강수요 저하와 공급과잉으로 철강 가격이 하락하는 등 중국발(發)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시장의 평가도 엇갈린다.

    포스코는 주력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철강을 생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포스코는 변압기 손실 저감 방향성 전기강판·원형강관 활용 파이프랙 철골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고품질 판재에 대한 해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주력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은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비주력 사업 정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철강사업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와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건전화를 골자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포스코는 지난 몇 년간 비철부문 사업 확대를 표방하며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등 외연 확장을 계속해왔다. 무리한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주력사업의 확장은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세아그룹과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포스코는 지난달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대우백화점(경남 창원)·대우백화점 센트럴스퀘어(부산)를 롯데그룹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철강 생산 수직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수직계열화가 이뤄지면 현대제철은 철강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든든한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생산과정에서부터 협업을 통해 맞춤형 철강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 절감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철강 수직계열화는 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생전부터 꿈꿔온 사업이다. 현대제철은 2010년 고로 제1고로 완공를 시작으로 지난해 3고로 완공을 통해 일관제철소로 거듭났다. 지난해는 특수강 공장설립에 총 84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동부특수강 인수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특수강 하공정 확보에 나섰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공장을 설립하고 동부특수강 인수까지 성공하면 현대·기아차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열연·냉연·특수강 등 모든 종류의 철강 공급이 가능해진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업체가 철강사까지 수직계열화 한 사례는 현대차그룹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 두 회사의 행보가 엇갈리는 가운데 현재로선 현대제철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철강 시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캡티브(Captive) 마켓을 보유한 현대제철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철강 시황이 어려운 시점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포스코는 지속적인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제철만큼 안정적인 캡티브 마켓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자구노력만이 어려운 현 상황의 돌파구라는 설명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포스코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주력사업 집중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그룹 재무구조 개선 의지 등은 기업에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평가했다.

    향후 양사의 전망에 대해선 그 답은 철강 시황 회복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철강 시황이 회복되는 시점에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포스코에 유리한 환경이 조설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반해 현대제철은 국내 캡티브 시장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면 경기 회복기 상대적으로 그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시황이 회복되는 시점에는 해외 진출 및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생산에 주력한 포스코가 캡티브 마켓에 의존한 현대제철보다 실적개선 폭이 클 것이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상징성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가 현대제철에 무리하게 납품가격을 낮춰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현대제철에 긍정적이지만, 차후 현대기아차의 가격경쟁력에 부담이 되고 이로 인해 판매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그 결과가 현대제철에 부정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