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10.5조원에 흔들리는 파르나스호텔 매각
입력 14.10.02 08:49|수정 14.10.02 08:49
  • [09월30일 17:0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5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후 GS건설이 추진중인 파르나스호텔 지분 매각이 멈췄다. 파르나스호텔을 매각하기엔 아까운 자산으로 여겨온 GS건설이 한전 본사 낙찰가를 본 후 생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7000억원대에 매각은 '너무 싸게 판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GS건설은 이에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대신에 'GS그룹 내로 매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공언했으니 매각은 하되 GS그룹내로 넘겨 파르나스호텔을 지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GS건설의 ‘복안’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GS건설은 GS그룹 내 건설사이지만 주주 구성을 보면 GS그룹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다.

    ◇ 한전부지가 10.5조원이면 파르나스호텔은 몇 조?…갈팡질팡 GS그룹 오너일가

    파르나스호텔 매각을 위한 GS건설과 IMM PE간의 가격 및 매각 조건에 관한 협상은 대부분 일단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거래 관계자들은 "협상 기간이 길긴 했지만 한국무역협회와 파르나스호텔 경영권 행사 등에 관한 논의도 상당 부분 완료했다"며 "GS건설과 IMM PE간에 협상은 원만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협상 초기 매각기대가와 인수희망가의 괴리로 격차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협상을 거듭하면서 IMM PE는 가격을 올리고 GS건설은 기대치를 낮췄다. 7000억원대 중반에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전 본사 부지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되자 불똥이 파르나스호텔 매각으로 튀었다. 서울 삼성동에서 잠실까지 개발 계획이 예고됐지만 현대차그룹이 이 정도의 가격을 써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소식을 접한 허창수 GS건설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들 사이에선 ‘파르나스호텔을 이 가격에 매각해야 하나’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대안으로 GS그룹의 계열사들이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하는 방안이 부상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파르나스호텔을 매각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거래 가격에 대한 시각차가 있다”고 말했다. 파르나스호텔 매입자가 현대차의 한전 부지 매입가 수준은 아니어도, 향후 삼성동-잠실 개발에 따른 수혜 가치를 더 반영해 가격을 올려달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두 달 여간 협상을 진행해온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마음을 비우고 GS건설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IMM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매각에 관한 구속력있는 각서를 주고 받은 상황이 아니라 매각을 종용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정통한 한 거래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매각가격과 매각 방향을 모두 놓고 다시 고만하기 시작한 이상 매각 완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GS건설의 차입금 만기 스케줄도 여유가 있어 매각을 앞당길 유인도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지난 6월말 기준 총차입금이 3조3097억원에 달했지만 현금성자산은 1조8610억원으로 순차입금은 1조4448조원을 기록했다. 차입금 만기를 보면 8575억원의 단기차입금은 유산스 혹은 은행 일반대출로 지속적인 차환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부담이 있는 채권이나 기업어음(CP)은 2016년에서 2019년까지 만가기 고루 분산돼 있다.

  • ◇ GS계열사, 파르나스호텔 인수?…배임 논란 불가피

    현재 GS그룹내 파르나스호텔 인수 후보로는 GS홀딩스, GS리테일, GS홈쇼핑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총 1조원에 달한다. GS홈쇼핑은 KT렌탈 인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GS계열사들이 파르나스호텔 지분 67.56%를 인수할 수 있을까.

    ‘매각가가 낮다, GS그룹 내에서 인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과 실제 7000억~8000억원대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호텔을 인수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실탄(재원)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GS그룹의 신인도 추락도 감내해야 하는 등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배임 논란’이다. GS건설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지분율 11.21%)을 비롯해 오너 일가들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GS건설은 GS그룹, 즉 ㈜GS라는 지주회사 밑에 속한 기업이 아니다. GS홈쇼핑이나 GS리테일이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할 경우 대주주 지원에 따른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GS그룹을 동원했고 이에 따른 유무형의 손실에 대한 책임론이다. 파르나스호텔을 공개 매각으로 전환하기 전 GS그룹 계열사들이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매입가로 5000억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와 비교해보면,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에 한전부지를 인수하겠다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현대차그룹의 부지 인수가는 ‘오버밸류’란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파르나스호텔의 토지는 호텔 전용 부지로, 한전 부지처럼 향후 큰 개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재 거론되는 가격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GS건설과 오너 일가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현실성이 낮고 난관이 예상되는 GS그룹내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GS그룹은 외국계컨설팅사를 통해 종합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에 따라 파르나스호텔 매각 방향도 KT렌탈 인수 전 완주도 결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GS오너 일가의 선택에 관계없이 시중금리 하락, 대규모 유상증자 성공, 부동산 경기 상승에 따른 분양 호조 등으로 GS건설이 올해 초 발표한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의지는 점점 옅어지는 모습이다. 파르나스호텔 매각 저울질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