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말? 홈플러스 매각설 다시 '솔솔'
입력 14.10.24 09:06|수정 15.07.22 10:00
테스코 현금확보 위해 아시아 또는 유럽 등 사업부 매각 가능성 거론
23일 회계오류 발표후 연말부터 서서히 화두로 떠오를 전망
가시화되면 5조원대 육박할 거래…'징후' 있으나 '확진'하기에는 부족
  • [10월22일 17:1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홈플러스 매각설이 투자업계에서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테스코(Tesco) 본사의 현금확충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아시아 사업부 매각→한국 홈플러스 매각으로 이어질 '징후'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 분기점은 오는 23일(영국 현지시각) 테스코의 상반기 회계오류(Accounting Error)에 대한 내부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로 전망된다.

    지난 수년간, 때마다 한번씩 국내 IB업계에서 반복적으로 소문과 가능성이 점쳐된 딜이 두어개 있다. 그 중 하나가 홈플러스 매각, 다른 하나가 GE가 보유한 현대캐피탈 지분 매각이다. 두 거래 모두 매번 필요성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당사자들이 "아직은 아니다" 혹은 "절대 계획이 없다" 고 해명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홈플러스 매각설은 올 상반기 투자업계를 한 번 휘돌았다가 잠잠해졌는데, 10월 들어 다시 언급이 나왔다. 주요 내용은 "영국 테스코가 글로벌 IB들에게 어떤 딜을 의뢰하기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는 것이고 이것이 결국 홈플러스와 연계된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였다.

    유사한 언급들이 이어지면서 홈플러스 인수에 관심이 있을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한 IB들의 동시다발적인 전화 문의(?)도 이어졌다. 따져보면 홈플러스 매각은 확정만 되면 5조원은 가볍게 웃돌 역대급 M&A에 해당된다. 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뿐만 아니라 IB들에게는 엄청난 수수료가 걸린 딜이기도 하다.

    ◇테스코, 자본확충 방안 무엇 선택할지가 관건

    한국의 홈플러스 매각 여부는 크게 세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첫째는 올 연말부터 영국 테스코의 현금확충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인지 여부, 둘째는 이 경우 테스코가 신주발행-자산매각-기업공개(IPO)가운데 어떤 방안을 선택할 지 여부 마지막으로 테스코가 자산매각을 선택할 경우에 아시아 사업부가 포함될지 여부다.

    미국 월마트ㆍ프랑스 까르푸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 소매 유통업체로 군림하는 영국 테스코는 알려진대로 올 들어 매우 힘든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럽 경기침체의 여파로 연일 실적이 악화되면서 테스코의 전임 CEO였던 필립 클라크(Phillip Clarke)가 7월 사임했다. 그리고 두 달 뒤 9월에는 무려 2억5000만 파운드(한화 약 4250억원)에 달하는 회계오류와 영업이익 과대발표(Overstaement)로 시장의 신뢰를 잃고 주가가 폭락했다. 테스코 지분 3% 이상을 보유했던 워렌 버핏이 이로 인해 7억 달러를 날리면서 테스코에 대한 투자를 '엄청난 투자실수'(a Huge mistake)라고 선언했을 정도.

  • 부임한지 불과 몇달만에 위기 상황에 처한 새 수장 데이브 루이스(Dave Lewis)는 딜로이트와 법무법인 프레시필즈를 고용, 내부조사를 벌인 후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그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운명의 날'이 바로 오는 23일이다. 이때부터를 기점으로 테스코는 시장의 믿음을 다시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한 턴어라운드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즈(FT)등에 따르면 현지 뱅커들 사이에서는 이 과정에서 테스코가 경기침체와 이익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테스코 스스로도 지난 해보다 중간배당을 75%가량 줄여 약 3억 파운드(한화 약 3100억원)를 절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JP모간 카제노브(JPMorgan CazenoveㆍJP모간과 카제노브가 2005년 공동설립한 영국 현지 IB)등은 테스코가 연말 배당까지 줄이면 8억 파운드를 추가로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추청치도 내놓았다. 이와 별도로 테스코는 사내 비행기 5대도 팔아처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점점 치열해지는 영국내 경쟁에서 버틸 현금확보가 어렵다보니 약 30억 파운드 (한화 약 5조원)에 달하는 신주발행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배당을 줄이면서 신주를 찍어내는 데 반대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반대를 감안해야 한다. 이 경우 다른 대안이 바로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다. 그리고 손쉽게 거론되는 사업부문이 바로 아시아 사업부고 그 일환으로 한국의 홈플러스 매각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홈플러스 위상 점점 달라져…매각 앞둔 변화?

    테스코 발표자료(Annual Report 2014)에 따르면 '본사-아시아-유럽'로 나뉜 사업부문에서 아시아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액과 이익은 각각 103억 파운드, 7억 파운드 가량이다. 전체 그룹내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16%, 21%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 홈플러스 연간 매출액이 10조원(홈플러스+홈플러스 테스코 포함)에 달함을 감안하면, 아시아 사업부 비중의 1/2이 사실상 한국 홈플러스 1곳에서 거의 창출되고 있다.

    국가별 사업장 규모만 따지면 영국 본사를 제외하고 나면 한국의 홈플러스 비중이 가장 높다. 영국 현지 외신에서조차 아시아 사업부 가운데 홈플러스를 두고 '왕관 위의 보석'(the jewel in the crown)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홈플러스는 테스코 소속이면서도 '테스코'라는 브랜드를 직접 달지 않고 활동할 정도로 테스코 그룹내에서 위상이 높다.

  • 이런 위상 때문에 홈플러스 매각이 거론될 때마다 직전 CEO였던 필립 클라크는 "홈플러스는 절대 매각하지 않는다"라는 노선을 밝혀왔다. 테스코는 아울러 '삼성테스코' 타이틀을 떼낸 이후에도 홈플러스로부터 배당도 적게 받아가고, 홈플러스가 자금조달이 필요할때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홈플러스 회사채를 인수해주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 하지만 최근 몇년간 홈플러스가 본사로 받던 이런 특별대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8년 이랜드로부터 인수한 홈에버, 즉 현재의 '홈플러스테스코' 인수로 늘어난 차입금 상환을 위해 각 지역의 홈플러스 점포(부동산)을 매각하며 현금을 끌어들였다. 이와 동시에 자주 차환해줬던 테스코 본사를 대상으로 발행한 회사채도 리파이낸싱 없는 상환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더 논란이 된 것은 홈플러스가 테스코 본사에 내던 상표와 라이센스 비용의 급증이다. 과거에는 10억원 가량에 그친 라이선스 비용이 무려 몇년새 80배 이상 뛰었다. 테스코가 작년 홈플러스에서 거둬간 로고ㆍ라이센스ㆍ상표 관련 사용료만 무려 616억원, 또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에서 거둬간 사용료가 120억원에 달한다.

    자연스레 "이익감소를 겪는 테스코가 한국의 홈플러스에서도 이익을 빼내가는 기조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이런 움직임 역시 홈플러스 매각을 앞둔 사전조치가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가능해진 셈이다.

    ◇인수후보 현대백화점? 사모펀드(PEF)?…모호한 시장환경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종합되면서 시장에서는 "이제야 말로 홈플러스 매각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전망이 수시로 나오고 있다. 

    새 수장으로 취임한지 몇달만에 큰 위기를 맞이한 데이브 루이스 CEO로선 회계오류 문제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위기를 맞이한 테스코를 되살릴 굵직한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그게 한국 등 아시아 사업부 매각이 될지, 아니면 일부 계열사 싱가포르 상장이 될지, 아니면 정말 신주 발행이 될지 판단만 남아 있는 셈이다.

    다만 테스코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상장사이다보니 이에 대한 결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사 스스로 공식 발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글로벌 IB들에게 배포되었다고 거론되었던 '제안서' 역시, 일부 계열사 홀딩컴퍼니의 싱가포르 증시 상장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수준의 내역이었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테스크로서는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 중에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의 홈플러스 매각이 현실적으로 가시화되려면 고려돼야 할 요인이 남아있다. 정말 홈플러스가 매물로 나온다고 할 경우, 과연 이를 인수할 후보가 누구냐는 문제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형 유통마트의 성장률은 점점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 체인을 보유한 신세계나 롯데 등은 '독과점 이슈'와 '매장 겹침' 현상 때문에 홈플러스 인수후보로 보기 어렵다는 게 투자업계의 공통된 언급이다. GS는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이 분야에서 이미 철수했다. 지난 2010년 그룹의 대형마트 부분을 백화점과 함께 롯데에 넘겼다. 

    남은 게 현대백화점 정도. 그러나 현대백화점의 현재 자금상황과 홈플러스의 딜 사이즈를 감안하면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재무적 투자자(FI)유치가 불가피하다. 이외에도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현재의 홈플러스를 일궈낸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의 FI유치를 통한 경영자매수(MBO)도 홈플러스 매각과 함께 시장에서 자주 거론되어온 테마다.

    테스코의 '미래'를 주목하는 영국 현지 외신들은 아시아 사업부가 아닌 폴란드ㆍ헝가리 등이 포함된 유럽 사업부 매각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가격 차이가 크다. 한국 등 아시아 사업부는 80억~100억 파운드가 거론되지만, 유럽은 30억 파운드 정도가 언급된다. 또 테스코가 수년전 인수하고 세운 테스코 뱅크(옛 RBS) 매각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100% 기준 15~17억 파운드가 거론된다.

    어느 사업부가 됐던 관건은 현지에서 유의미한 인수자가 많은가 여부다. 유럽 사업부 매각가능성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FT)는 JP모간 카제노브 애널리스트(Jaime Vázquez)의 코멘트를 빌어 "유력한 바이어가 나타난다면 그 시장은 중요한 거고, 없다면 중요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홈플러스 등 아시아 사업부 매각이 가시화되는 과정에도 같은 딜레마가 발생할 것을 보인다. 매각을 태핑할때 인수후보가 많다면 홈플러스는 아직도 시장성이 많은 매물이니 팔기에 아까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