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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3일 19:3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금융당국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정기 검사라고는 하지만, 영국 본사에 대한 대규모 배당금 송금 계획이 드러난 만큼 이와 관련된 조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SC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또 그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가해질 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그 어느 은행보다 '관피아' 출신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정치적 접근으로 이를 무마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SC은행은 올 하반기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중간배당으로 5360억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6260억원을 배당하는 등 총 1조1620억원의 배당금을 영국에 보내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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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SC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11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본사에 대한 대규모 배당 계획이 밝혀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한국SC은행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종합검사는 한달 간 이어진다. SC은행에 대해 금감원이 종합검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12년말 이후 2년만이다.
금융당국이 SC은행의 대(對)본사 고배당 계획에 칼을 꺼냈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유독 '관피아' 출신 임원들이 많은 SC은행이 대관 업무를 통해 이를 무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 SC 본사에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2010년부터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당시 선임 배경으로 SC의 세계 50여개 진출국 중 한국 비중이 높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 전 총리는 영국 SC 본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박창섭 한국SC은행 부행장이 이를 맡고 있다. 박 부행장은 금융감독원 여전감독실장, 국제업무국장, 은행감독국장을 역임한 관피아 출신이다. 지난 2009년 SC제일펀드서비스 신임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SC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 외 사외이사직에도 다수의 관피아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현재 김앤장 고문도 맡고 있는 한승수 SC 사외이사가 국무총리 시절 그 밑에서 국무총리 실장(장관급)을 했던 권태신 전 실장이 SC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밖에 주요 인물들로 정기홍(금융감독원 부원장), 이광주(한국은행 부총재보), 김세호(건설교통부 차관) 등이 꼽힌다. 이들은 모두 SC지주의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SC은행의 전체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58%인 7명이 국가기관 경력자들인 셈이다. 이는 국내 은행 중 가장 많다. 외국계인 씨티은행의 경우 전체 6명 중 국가기관 경력자가 한 명(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사에는 전 국무총리가 있고, 국내에는 금감원과 한국은행, 정부 인사 출신들이 즐비한 상황인데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검사를 할 수 있겠냐"며 "금감원이 밝힌 바대로 정기검사 수준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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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SC은행은 "2014년 배당 시기와 그 금액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SC의 고배당이 자본계획 정적성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검사 중"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일각에선 최수현 금감원장의 결단에 주목하고 있다. KB금융 사태에 대한 미흡한 조치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지만 최 원장은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런 최 원장이 한국SC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의 SC검사는 조영제 부원장을 필두로 박세춘 부원장보, 구경모 국장 등이 맡고 있다.
한승수 전 총리 SC 본사 비상임이사에 한국SC에도 관피아 사외이사 다수 포진
금감원, SC은행 1조원대 배당 송금계획 정밀검사 의지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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