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조합 등만 산다?"…일부만 팔게 된 이상한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
입력 14.12.03 08:22|수정 14.12.03 08:22
정부, 최소매각가격인 '예정가격' 입찰과 동시에 확정…투명성 확보 목표
시장에선 '시가'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의외로 예정가격 높아 낙찰자 급감
낙찰자는 사주조합 등 일부에 그칠 것으로 전망…6%+콜옵션 3% 정도 매각 예상
우리은행 민영화 결과 '초라하다' 평가나올 듯…행장 사임과 서금회 내정설 겹쳐 설왕설래
  • [12월02일 17:1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우리은행이 연일 시끄럽다. 경영권 매각이 결국 유찰, 당분간은 정부 소유 은행으로 남게 됐다. 시기라도 맞춘듯 이순우 행장의 외압성(?) 사임과 서금회(서강대금융인회) 인사의 행장 내정설로 '신(新)관치금융' 논란도 일고 있다. 

    이 와중에 그나마 민영화 작업 '성공작'으로 평가받을 뻔한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마저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예정가격'에 붙은 프리미엄이다.

    소수지분을 사겠다고 제안한 투자자와 기업들이 많아 청약율이 132%에 달했는데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최저매각가를 높게 잡는 바람에 낙찰률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최저매각가격을 넘긴 물량은 약 6% 정도에 그쳤고, 우리은행 사주조합과 우리은행이 만든 펀드 등의 청약물량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따져보면 우리은행 소수지분은 얼마든지 주식시장에서 시가에 살 수 있는 대상인데도 불구, 굳이 높은 '프리미엄'을 마련해 매각대상이 줄어들게 된 근거가 무엇이냐는 지적도 나올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주식 장내매입도 가능…"예정가격은 전일종가와 비슷" 대부분 전망

    지난 28일 마감한 우리은행 소수지분 18% (콜옵션 포함 27%) 매각 본입찰에는 총 23.8% (콜옵션 포함 35.7%) 물량이 접수됐다. 우리은행 사주조합과 우리은행이 모집한 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어피니티 컨소시엄, 한화생명 등 생보사, 코오롱인더스트리 및 두산 등의 참여가 이어졌다.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 지분을 처분할 때 국가계약법상 희망수량 경쟁입찰방식을 도입, 이에 필요한 '예정가격'을 마련하기로 했다. 예정가격은 정부가 공개적으로 재산을 매각할 때 '최저매각가격'으로 적용된다. 즉 이보다 낮은 가격에는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개 입찰 실시 전 미리 예정가격을 정해 놓고 그 다음 입찰을 받는다. 그리고 예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이들에게만 순차적으로 물량을 배분한다.

    하지만 이번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에서는 예정가격을 입찰과 동시에 결정하기로 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예정가격 또는 예정가격 산정방식을 미리 확정해 놓은 뒤 이 내역이 알려져 버리면 입찰자들이 예정가격보다 약간만 높은 가격만 써낼 가능성이 커 공적자금 회수에 불리해진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간담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예정가격 결정을 위해 7~8가지 방안을 놓고 협의해 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입찰이 진행될 당시인 28일 오후 3시부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들이 따로 모여 예정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에 관여한 이들 거의 대부분은 예정가격이 시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유도 명확했다. 

    일단 정부가 내놓은 물량이 아니라도 우리은행 지분을 살 곳이 많았다. 우리은행 지분은 예금보험공사(56.97%)와 국민연금(8.21%) 소유분을 제외한 나머지 34%가 주식시장에 풀려 있다. 거래량이 많을때는 일일 장내 거래량만 2%를 훌쩍 넘긴다. 정부가 최소 0.4%~최대 10%로 지분을 팔기로 했다지만 1~2%를 살거면 얼마든지 장내 인수가 가능하다. 굳이 대규모 프리미엄을 주고 살 바에는 장내에서 조금씩 싸게 사는게 훨씬 유리하다. '1주당 0.5주 콜옵션 부여'라는 인센티브가 있다지만 나중에 우리은행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도 모르는 판국이어서 메리트가 될지도 미지수다.

    법령상 예정가격에 대한 근거도 그리 구체적이지 않다. 관련법령인 '국가계약법' 시행령 (기획재정부령 제444호 제9조 '예정가격의 결정기준')에서는 "적정한 거래가 형성된 경우 그 거래 실례가격"정도로만 예정가격 기준을 언급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국가계약법 자체가 정부가 발주할 건설공사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거나 조달청이 물품을 구매할 때 당시에 주로 활용되는 법이어서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 지분매각에서는 실제 거래가격, 즉 '시가' 정도만 참고한다는 기준만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은행 주가가 계속 하락세였다. 지난 11월19일 1만5000원에 재상장된 이후 연일 하락하면서 1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PBR은 0.4배 수준으로 거의 최저치다. 입찰 직전일 종가도 1만750원에  그쳤다. 이러니 '프리미엄'이 아니라 오히려 '할인' 요소가 붙어야 한다는 언급이 나올 정도였다.

    예정가격이 높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보니, 청약물량이 많으면 그만큼 많이 팔게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본입찰 직후 '환호'…공자위 예정가격 확정 이후 '한숨'

    본입찰 직후만해도 매각 측에서는 '환호'가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우려한 바와 달리 청약물량이 130%를 넘겼다. 그간 예상된 예정가격과 비교해봐도 입찰에서 제안된 가격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자연히 팔기로 한 목표물량 상당량을 이번에 매각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 매각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소수지분이라도 최대한 많이 팔아 우리은행 민영화 기틀을 마련했다는 칭찬을 들을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1일 사의을 표명한 이순우 행장조차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소수지분매각 청약율 130%라는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예정가격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된 후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의외로 공자위가 내놓은 예정가격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보니 이를 넘긴 곳은 우리은행 사주조합 계열을 비롯한 일부에 그치게 됐다.

    사주조합은 우리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임원 1만주, 지점장급 4천200주, 부지점장급 3천500주, 차·과장급 2천500주, 행원 1천700주, 계약직 900주씩) 약 3000억원을 모아 총 4% 주식을 청약했다. 사실 사주조합은 자사주를 사는 모양새여서 주가부양 등을 위해 시세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붙일 명분이 있었다.

    이와 별도로 우리은행이 주도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를 마련, 영업점별로 거래업체 등에서 투자를 받아 총 1200~1300억원을 모집해 추가로 1%가 조금 넘는 주식을 청약했다. 이 펀드 역시 예정가격을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을 제외한 투자자들은 약간의 프리미엄을 붙이거나 혹은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맞춰서 청약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예정가격을 넘기지 못한 상황이다.

    이렇게 진행되면 최악의 경우 콜옵션을 제외한 매각 물량 18% 가운데 1/3만 매각이 가능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경영권 지분 30%도 그대로 미매각으로 남게 되고, 나머지 26.97% 가운데 최대 17.97%도 그대로 정부 소유로 남을 수 있다. 우리은행 지분 거의 절반이 재매각이 달성될때까지 그대로 정부 소유로 남게 된다.

    또 이런 결과라면 새로운 우리은행 주주구성도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예금보험공사 ▲국민연금 ▲우리사주조합 ▲우리은행이 모집한 펀드 등으로 국한된다. 대기업이 됐든, 외부 투자자가 됐든 우리은행 주주로 참여해 깐깐하게 은행경영을 쳐다볼 주주가 남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공교롭게도 우리은행 민영화를 이끌어 온 이순우 행장이 사임하면서 외압 의혹이 일고, 최고권력층 대학동문인 출신 행장 내정설이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드러난 상황만 놓고보면 이런저런 의구심이 일어날 만한 모양새가 됐다.

    ◆금융위ㆍ예보, "한점의 의혹도 없지만 예정가격은 추후에도 공개안한다 "…초라해진 우리은행 민영화

    물론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매각에서 한점 의혹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정가격 결정에 대한)어떤 의혹도 없다"며 "입찰 서류를 공개할 당시에도 감사실 직원을 대동했고 시비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모든 증거를 다 갖춰놓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정가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이미 입찰 당시에 다 결정이 됐고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들도 "예정가격은 입찰 마감 직전에 정해지게 되어 있고 한번 결정되면 그걸로 끝일 뿐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동일하게 설명했다.

    만일 오는 4일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결과가 발표될때 예정가격이 얼마인지, 산출기준이 무엇이고 왜 그래야 했는지 뚜렷한 설명이 제시된다면 의구심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또한 불가능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4일은 물론, 향후에도 우리은행 소수지분 예정가격에 대한 공개는 일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될 결과는 정부가 내놓은 소수지분 가운데 몇%가 예정가격을 넘겨 낙찰이 됐다는 결과 뿐이다. 이후 나머지 우리은행 지분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등에 대한 방향성이 담길 것으로 예측된다. '분산매각'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어쨌든 과정상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조에도 불구, 우리은행 민영화는 애매모호한 결과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결과만 놓고보면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 매각만 제외하고 나면 겨우 은행 지분 6~9% 지분만 팔게 됐다. 그조차도 외부 투자자를 유치한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은행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든 자금을 받아 시가보다 비싼 값에 넘기는 모양새다. 오랜 기간 동안 숱한 비용과 시간을 쓴 민영화의 결과가 초라하다는 지적도 여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