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유가하락에 저가수주 '경고등' 다시 켜지나
입력 14.12.16 09:00|수정 14.12.16 09:00
[Weekly Invest]
내년도 해양플랜트·드릴십 수주 어려울 전망
"가동률 떨어지면 저가수주 해야해…근본적인 설비감축 필요"
  • [12월14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예상치 못한 유가 급락으로 내년 조선업황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유가하락 지속으로 해양설비의 발주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돼 수주 경쟁이 예고된다. 거기에 수주잔고를 채우기 위해 상선 수주 경쟁도 심해질 수 있어 국내 조선사 간 저가수주 공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해양플랜트 신규수주 실적은 부진하다. 현재 각사별로 현대중공업 7기, 대우조선해양 1기, 삼성중공업 2기 수준이다. 이 중 4기의 현대중공업 수주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수주는 모두 지난 11월에 이뤄진 것들이다.

  • 마진율이 10%에 육박하던 드릴십 발주도 거의 끊긴 상태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에서 수주한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의 2기가 전부다. 조선업계에선 내년 드릴십 발주가 5기 이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드릴십 가동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내년에 인도할 드릴십도 수십대에 달해 공급과잉 상태다.

    업계에선 유가하락 악재로 인해 올해 부진했던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빅3'의 해양플랜트 비중은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 부문이다. 그러나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석유를 생산하는 주요 오일메이저들은 발주를 늦추거나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70달러 이하라는 것은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 해양프로젝트가 늘어남을 의미한다"며 "오일메이저 입장에선 발주를 재검토할 수 있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해양플랜트·드릴십 등 발주가 뜸해지면서 국내 조선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반적인 수주잔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간간이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국내 조선사는 경쟁적으로 입찰에 뛰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가하락으로 LNG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상선 발주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이마저도 경쟁 수주가 예상된다. 원화강세, 엔화약세 등 거시적인 환경 요인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일본 등 아시아 업체와도 경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저가수주 부메랑이 다시 날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조선 3사는 2012년을 전후로 업황이 좋지 않던 시기를 견디다 못해 해양플랜트나 특수선 등을 저가로 수주한 이력이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등 적자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인식해 충당금을 쌓았다. 대규모 '어닝쇼크' 이후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신용도는 떨어지는 중이다. 당시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수주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은 여타 제조업보다 설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주규모와 설비가동률이 떨어질수록 손실을 보는 폭이 크다. 설비 가동을 위해 저가수주라도 해야하는 구조다. 유가하락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과거 일본 조선업계처럼 설비나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등 특단의 조치를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조선업 애널리스트는 "유가하락으로 수주가 줄고, 가동률까지 낮아지면 규모가 큰 회사부터 손실이 커질 것"이라며 "과거 일본업체들은 업황이 침체하면서 공장을 점차 폐쇄하면서 가동률이라도 높여왔는데, 국내 조선사는 어떠한 구조조정 노력도 보여주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