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고 줄어드는 조선사, 운전자금 통제 중요해진다
입력 14.12.31 07:00|수정 14.12.31 07:00
조선업 침체 장기화·수주잔고 감소·수익성 감소
NICE신평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경쟁 심화로 적정수익성 확보 부담"
한신평 "운전자금 통제가 영업현금 창출하는 '열쇠' 될 것"
  • [12월30일 10:1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내년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의 운전자금 통제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조선업황이 장기 침체화하며 수주잔고와 수익성은 줄어드는데 자금 부담은 크게 늘어서다. 올해 대규모의 손실을 인식하면서 부실을 미리 털었다지만, 내년에도 조선업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NICE신용평가(NICE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최근 각각 리포트를 내고 조선업 현황과 전망을 검토했다. 결론는 모두 밝지 않았다. 한신평과 NICE신평은 내년 조선업에 대해 '부정적', 한기평은 '보수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신용평가 3개사가 공통으로 등급을 평가하는 현대중공업(AA), 대우조선해양(A+)의 경우 하반기들어 신용등급이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 국내 조선사의 수주잔고는 올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대형 선사들이 선가 하락으로 벌크선 및 탱커선 발주를 확대해 수주 기대감을 키웠지만, 연초 기대와 달리 수요가 빠르게 둔화했다. 선가 회복은 호황기의 70~80% 수준에 그쳤다.

    유가 급락으로 인해 해양플랜트 발주가 감소하는 상황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국내 조선사는 해양플랜트에 대한 매출 비중을 높여왔기 때문에 발주 감소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빅3 조선사는 상선 수주가 적었던 2012년 이후 대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면서 실적을 조절해 올 수 있었지만, 유가 하락으로 오일메이저들이 투자와 발주를 줄이는 상황이다.

    NICE신평은 "부진한 상선 시황 지속 및 후발조선사 진입 확대 등에 따라서 해양플랜트 부문의 경쟁강도가 심화하는 양상"이라며 "향후 해양플랜트 부문의 적정 수익성 확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사의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차입금·매출채권 등 운전자금 부담은 늘고 있다. NICE신평에 따르면 국내 상위 5개사 조선사의 합산기준 매출액 대비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은 호황기였던 2010년 14.4%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상반기 -2.7%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순차입금 규모는 6조2000억원에서 16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신평은 향후 조선업의 모니터링 요소로 ▲수주여건 개선 여부 ▲운전자금 소요상황 ▲재무융통성 및 계열 지원 등을 꼽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내년에 발생할 수 있는 자금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 매각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준비하며 3152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사옥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타사 대비 계열 지원이나 보유 자산 측면에서 불리하다.

    한신평은 "다소 회복됐던 선수금 유입세의 지속 여부, 대형 프로젝트 납품에 따른 매출채권 회수상황이 점검 포인트"라며 "대형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운전자금 소요, 공사손실충당금, 추가비용 현실화 등 상당한 규모의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대체 자금조달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기평도 "현대중공업은 수주잔고가 질적으로 하락하거나 EBITDA 마진이 5% 아래로 내려가면 신용등급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경쟁사 대비 높은 운전자본 부담으로 운전자본 통제 및 장기성 매출채권 회수 여부를 추가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중공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재무안정성이 높은 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손실이 발생한 해양프로젝트의 낮은 공정율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