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약속, 올해는 '공염불'로 끝났다
입력 14.12.31 07:00|수정 14.12.31 07:00
부채비율 지난해 대비 73% 늘어…809%
소극적인 자구책 실행·지속적인 계열사 지원 탓
"당장은 유가하락 호재…유가·환율 등 변동폭 커 재무개선 집중해야"
  • [12월26일 14:3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안을 실행하는 노력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조5000억원의 자금조달 자구책을 내놨지만 일부만 실행했을 뿐 계열사의 자금조달처를 자처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오히려 키워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총 3조4900억원어치의 자산을 매각하는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었다. 개선안 내용은 ▲자회사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28.41% 전량 매각(2조2000억원) ▲노후 항공기 13대 매각(2500억원) ▲보유 부동산 자산 매각(1조400억원) 등이었다.

  • 재무개선 계획 발표 이후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809%로 오히려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736%였다. 재무구조 개선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데다, 계열사 지원과 항공기 도입 확대 등 투자를 추진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선안 중 에쓰오일 지분 매각과 노후 항공기 매각은 성사됐다. 그러나 실행된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자회사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3198만주, 28.41%)을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아람코(AOC)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에쓰오일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당초 2조2000억원에 매각하려던 것보다 규모가 2000억원 이상 줄었다. 지분 취득 당시의 장부가액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는 4000억원 수준으로 더 커진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7년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특수목적회사(SPC)인 한진에너지를 설립해 에쓰오일 지분을 2조3980억원에 사들였다.

    한진에너지의 대출을 상환하고 남게 되는 현금은 9000억원 선이다. 자회사 한진에너지를 청산하면서 자산 매각손실을 반영하면 대한항공의 회계상 부채비율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아람코로부터의 대금 지급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아람코가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데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반독점법 이슈 등 각국 금융기관의 검토와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각 대금이 들어오는 시기가 불확실하다"라며 "주식 매매대금의 처분손실 인식이 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매각 대금 정리가 된 후에도 부채비율이 낮아질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노후 항공기 13대 매각을 계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3대를 800억원에 처분하는데 그쳤다. 남은 10대는 내년까지 매각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항공기 매각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도 세계적으로 항공기 수요가 높기 때문에 남은 항공기 매각추진에는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다. 다만 다른 재무개선안에 비해 처분 규모가 작고, 올해까지 3대 매각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얼마나 적극적으로 매각에 나설까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또 인천 율도의 항공유 비축기지 등 영업용 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1조4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상황은 없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재무개선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회사 유상증자 지원, 호텔·레저사업 등 계열사에 대한 보증 및 투자를 지속하는 모습을 우려하고 있다. '오너'가(家) 2세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최근 3년간 대한항공의 평균 영업이익은 2000억원을 밑돌지만 금융비용은 5000억원 이상이다.

    대항항공과 같은 시기에 재무개선안을 발표한 현대그룹과도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비슷한 규모인 3조3000억원의 재무개선 방안을 발표했고, 올해 90% 이상 실행했다. 자구책을 실행하려는 노력면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여준 셈이다.

    대한항공의 향후 실적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유가가 하락세를 띄면서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면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항공산업 특성상 유가·환율·정치적 상황 등 거시적인 변수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외부 요인은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회사로 편입한 한진해운처럼 해운산업도 비슷한 요인에 영향을 받으므로 변동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증권사 항공운송 담당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유가 하락 전망은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외부 변수"라며 "수익을 개선할 수 있을 때 계열사 지원은 자제하고 대한항공 자체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