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빅딜' 한화 인수자금 마련 문제 없나?
입력 15.01.22 07:00|수정 15.01.22 07:00
[한화, 삼성 계열사 인수]① 1.9조 자금조달 계획 못 밝히는 한화
  • [01월21일 10:4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한화갤러리아 지분 매각, 사실 아님.”(2014.12.11)
    "한화생명 지분 매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없음."(2014.12.12)
    “한화손해보험 경영권 매각, 사실 아님.”(2014.12.16)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2조원 빅딜은 한화가 제안한 후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선 계약 후 실사 및 정산을 하는 이례적인 M&A 절차도 밟고 있다.‘ 선택과 집중’‘대기업 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제 시장의 눈은 '과연 한화그룹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만 날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도 회자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자산매각 추진을 부인했다. 지난해 11월에 밝힌“내부 현금으로 인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며 2~3년간 분납하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달리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은“속전과 보안에만 충실한 나머지 인수자금 등에 관한 준비가 충분치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이다. 삼성그룹 실무진은 협상 과정에서 한화그룹에 약속어음 발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한화의 자금조달에 관심이 크다. ㈜한화의 재무 상황은 넉넉치 않다. 차입 여력은 거의 소진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2조341억원, 상각전이익(EBITDA)의 12배 수준에 달한다. 현금흐름의 절반가량을 이자 비용으로 내고있다. 지주사인 까닭에 한화건설과 한화케미칼 등 에 대한 지원 부담도 열려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한화는 1000억원 채권(신용등급 A0)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95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내부 현금흐름 역시 충분치 않다. 한화엠테크와의 합병을 고려해도 올해 예상 영업현금흐름은 지난해 수준인 2000억원 내외, 운전자본투자를 제할 경우 실제 가용한 현금은 수백억원에 그치거나,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환해야 할 회사채만 3000억원이다. 반면 인수자금부담은 한화 계열사 중 가장 크다.

    ㈜한화, 올해 만기 회사채만 3000억원
    자금 충분치 않아‐ 외부 차입 불가피
    분납하는 케미칼·에너지는 부담 적어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는 삼성종합화학의 인수를 위해 1조600억원을 내야 한다. 3년간 분납하며 두 회사가 나눠지기로 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한화의 삼성테크윈 인수대금 납입 조건은 빡빡하다. 8400억원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데 2년 분납이다. 당장 올해 7월에 4200억원을 납입해야 한다. 같은 달에는 1500억원의 채권 만기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들은“한화에너지는 현금창출력이 우수하고 한화케미칼은 미국의 다우케미칼 인수를 준비하며 자산 매각과 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여력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한화는 M&A를 위한 재무적인 준비 상황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 시장이 자산 매각에 초점을 두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는 ㈜한화가 갖고 있는 한화생명 일부 지분이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와 한화건설이 지분 49.29%를 확보하고 있다. 주가가 낮긴 하지만 지분 10%만 팔아도 7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생명으로부터 고액배당을 받거나, ㈜한화의 자산을 한화생명에 매각하는 방식은 금융감독당국이 부정적이어서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란 평가다. ㈜한화가 넘길 자산도 마땅치 않다. 한화그룹이 한화생명 매각만큼은‘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호텔&리조트 지분 매각 전망
    ㈜한화 자사주 1800억원 활용 가능성도
    한화그룹, 자산 매각설 잇따라 부인

    ㈜한화가 갖고 있는 자사주(588만주)를 활용할 여지도 있다. 현재 시가를 감안했을 때 1800억원 규모다. 협의 대량 매매를 통한 매각보다는 주가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환사채(EB) 발행이 더 유력해 보인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상무 등이 자사주를 인수해‘책임 경영’을 얘기할 수도 있다. 경영권 승계와 맞물리는 부분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차순위 매각 대상으로 꼽힌다. ㈜한화와 한화케미칼이 나눠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장부가는 4000억원대 초반이다. 회사 전부를 매각할 경우, 실사 범위가 넓고 매각 기간이 길어져 일부 사업만 매각해 배당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까지 가시화된 것은 없다. IB들은 부지런히 자금조달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묵묵 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소진을 위해 한화그룹이 내놓을 예상 매물을 미리 검토한 PEF들도“구체적인 움직임을 찾지 못했다”며 한화그룹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은 ㈜한화는 현재 보유한 1500억원의 내부 현금과 영업활동으로 들어올 현금, 자회사로부터 받을 배당금 등을 더하면 최소 25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추가 차입 규모는 500억원 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기준 3000억원의 자금 여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화에너지도 역시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