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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19일 14: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주인공은 자동차였다. 포드사(社)와 메르세데스-벤츠사 회장이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서 정보통신(IT)기술이 융합된 미래 자동차 모습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스마트워치는 BMW 전기차 무인주차 시연에 활용됐고, 애플 음성인식 기능 시리(Siri)가 현대차와 연동돼 음성명령으로 멀티미디어를 조작하는 기능이 공개됐다. 자동차 부품사도 역대 최대 규모인 420곳이 참가했다. 컨티넨탈·보쉬는 무인주차·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전기차·스마트카 확산으로 전장 부품 비중이 커지면서 자동차 부품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BMW·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자율주행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핵심 기술을 갖춘 이스라엘 업체 모빌아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리콜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술력이 있는 부품업체로부터 전장 부품을 조달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스마트카에 사용되는 일부 부품은 부품사들의 기술력이 완성차 업체를 뛰어 넘었다"며 "향후 완성차 업체가 대형 부품사에 의존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부품 집합체인 모듈을 사용하면 관리 효율성과 원가절감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사에 모듈화 생산 요구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한 부품사들의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 부품사 ZF는 미국 전장업체 TRW를 12조원에 인수했고, 콘티넨탈도 이탈리아 배기가스 시스템업체 에미텍과 미국 부품 유통사 CRC를 인수했다.
최근 미국 델파이가 공조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자 부품사뿐만 아니라 자베즈파트너스 등 사모펀드까지 관심을 보이는 등 자본시장의 관심도 커졌다는 평가다. 국내 업체로는 세계 공조시장 2위 업체인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최근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 매각됐다. 전략적투자자(SI)뿐만 아니라 재무적투자자(FI)들의 관심도 증가했다.
삼성·LG 등 대기업도 자동차 부품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삼성SDI·LG화학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주요 계열사가 LTE통신모듈(LG전자)·차량용카메라모듈(LG이노텍)·차량용패널(LG디스플레이)을 생산하는 등 그룹차원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한화그룹도 자동차 부품사업을 키우기 위해 M&A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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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 기존 부품업체들은 대형화를 통한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업체 대부분이 현대차그룹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라홀딩스(舊만도)는 GM 등 비교적 다양한 매출처를 갖췄지만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이 여전히 50%를 넘었다. SL·평화정공도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이 과반을 넘었고, 현대위아의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80%에 이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처 다변화는 모든 부품사들의 과제"라며 "현대기아차가 급격하게 양적 성장을 하던 시절에는 다른 공급처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양한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품사 내재화 전략을 택한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깊다. 완성차 생산량·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동시에 계열 부품사의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계열 부품사 입장에서도 우선순위가 현대기아차 완성품 제품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해외 매출처 확보를 통해 글로벌 부품사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 시장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를 질적으로 개선하고, 과거 대비 개발 협력을 더 끌어올려야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기차·스마트카 확산으로 부품사 중요성 커져
현대차 의존도 절대적…협력업체 관계 개선 要
현대차 의존도 절대적…협력업체 관계 개선 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