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석유화학 수익성 하락…'빅딜 효과' 미지수
입력 15.01.22 09:41|수정 15.01.22 09:41
[한화, 삼성 계열사 인수]②지난 4년간 영업이익 감소
인수할 삼성종합화학 등도 주력제품 마진 떨어져 고전
  • [01월21일 10:4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석유화학은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이다. 한화 비금융부문에서 석화사업의 매출 비중은 23%에 달한다. 문제는 이 주력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황 악화라는 구조적인 이유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와중에 한화는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하는 '빅딜(Big Deal)'을 단행했다. 이들 회사 또한 주력제품의 가격하락으로 고전 중이다. 시장에선 이번 거래가 한화 석화사업 수익성 회복에 보탬이 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화는 빅딜을 통해 파라자일렌(PX), 스틸렌모노머(SM), 폴리프로필렌(PP), 고순도 테라프탈산(PTA), 에틸렌글리콜(EG) 등의 제품군을 추가하며, 기초유분·중간원료·합성수지·화섬원료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거래 당사자인 한화케미칼은 빅딜 발표 당시 "석유화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품다각화로 안정적인 수익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인수자금 조달은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화케미칼이 부담할 금액은 총 5143억원으로, 해당금액은 3년간 분할해 납부한다. 매년 1500억~2000억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회사는 이 정도 규모면 현재 가용현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최근 감소세이긴 하나 1500억원 내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자산매각(드림파마·한화L&C 건자재사업) 및 주식예탁증서(GDR) 발행 등으로 7000억원 이상을 마련했다. 시장에서도 회사의 의견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다만 한화가 기대한 '빅딜'의 사업적 시너지가 발휘될 지는 미지수다. 한화케미칼의 석화사업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경기에 민감한 업황 특성상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웠다.

    폴리염화비닐(PVC)·가성소다(CA) 등 주력제품의 수급상황이 나빠졌고, 스프레드 악화에 따라 제품별 마진도 떨어진 상황이다. 폴리에틸렌(PE)은 수익성이 양호한 편이나, 나머지 주력사업들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 흐름이 당분간 크게 바뀌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시장이 위축돼 있고, 과잉공급도 심해 PVC 수익성이 썩 좋진 않을 것"이라며 "CA도 글로벌시장에서 수요가 늘만한 여건이 안 돼 가격이 오르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도 "PVC는 중국시장 자급률이 높아지는데다 건설경기 내수도 좋지 않다"며 "CA 또한 LG화학의 증설 등으로 수급상황이 꼬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도 비슷한 이유로 고전하고 있다. 양사 모두 공급과잉 문제로 주력제품인 PTA와 PX의 마진이 대폭 떨어졌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적어도 1~2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PX 시황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나 그 속도가 빠르다고 보진 않는다”며 “PTA의 경우 큰 개선의 여지가 없기에 향후 이 사업을 어떻게 할 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M&A로 몸집을 키워 온 롯데케미칼이 삼성의 화학계열사 인수에 관심을 두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는 업황이 바닥일 때 사업 규모를 키워 버티겠다는 전략이지만, 이것이 유효한 전략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더불어 창출되는 현금의 상당수가 인수대금으로 쓰이게 되면 회사 운영과 추가 설비투자에 부담으로 작용, 기업가치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분관계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이 한화그룹 실적에 크게 기여하기도 어렵다. 한화케미칼(27.6%)과 한화에너지(30%)가 분담해 인수에 나서기 때문에, 이들의 실적은 지분법이익으로만 반영된다. 삼성테크윈을 거쳐 삼성종합화학 지분 23.4%를 갖게 되는 ㈜한화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결국 한 계열사에 지분을 모두 몰아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토탈이 합작사라는 점도 변수다. 프랑스 토탈사가 지분 50%를 갖고 있기에, 한화 수중에 떨어지는 배당금이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한 토탈이 그동안 투자보다는 배당을 선호해왔기에, 향후 한화와의 합작관계를 잘 유지할 것인지도 관건이란 의견도 나온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토탈과 달리 수익을 투자에 썼다"며 "향후 한화가 이런 문제를 얼마나 조율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