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M&A, 업황 안정화 일조할까
입력 15.01.23 07:00|수정 15.01.23 07:00
업계 1·2위 쌍용양회·동양시멘트 매각절차 준비
시멘트社 인수시 가격안정·공급과잉 해소 기대…레미콘社·FI 인수해도 가격전쟁 가능성 낮아
중장기 수급상황 개선 불확실…최근 실적개선은 가격 스프레드·저금리효과 덕
  • [01월21일 08: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시멘트업계 1·2위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매각절차가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양사의 매각 성사시 공급과잉 상태인 시멘트업황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선 업황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인수후보로 꼽히는 곳들이 기대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 누가 인수해도 1·2위 점유율 50% 이상…가격 안정 중시할 듯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 조기졸업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법원 또한 올 1분기내로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쌍용양회도 현재 채권단 및 1대주주 태평양시멘트와 매각방식 및 절차 등을 검토하고 있다. 양사 모두 비슷한 시기에 매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는 크게 시멘트사, 레미콘사,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로 나뉜다. 업계에선 이 중 시멘트사가 인수하면 업황 안정화에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시멘트업계는 대형사 7곳의 과점체제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쌍용양회(20.1%)와 동양시멘트(12.5%)의 국내 시장점유율(2013년말 기준)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5개사 중 어떤 곳이 인수하더라도, 1·2위 업체가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런 구도에선 각 시멘트사가 가격경쟁보다는 안정적인 가격 유지에 치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상위 2개 업체가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업계에 유리한 가격정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수자금 부담까지 감안하면 수익성을 희생하면서 가격경쟁을 일으킬 유인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인수업체가 중복되는 생산라인 조절 등으로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기대도 형성돼 있다. 특히 내륙사의 경우 물류비 절감, 해외수출물량 확보 등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내륙사이면서 재무상태가 양호한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가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레미콘사나 FI가 인수해도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과 2010년 출하량 경쟁의 후유증으로 각 시멘트사의 수익성이 대폭 악화한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시멘트업을 사양사업으로 보고 있어, 인수자도 무리한 출하량 경쟁보다는 가격안정을 통한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본다”며 “M&A는 최악을 가정해도 현 수준 유지고, 최상의 경우엔 시멘트사 감소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긍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 중장기 시멘트업황 불확실…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증가할 가능성

    문제는 인수후보로 언급되는 곳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여부다. 최근 시멘트사의 실적개선은 원재료인 유연탄가격의 하락과 시멘트 판매가격 인상 덕을 본 게 크다. 반면 출하량은 줄었다. 수급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 최근 신규 주택분양 및 착공면적이 늘었고, 올해 SOC 예산이 소폭 늘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2~3년간 업황은 개선되나, 중장기적 전망은 불확실하다는 시각이 많다. 동종업계인 시멘트사와 레미콘사는 인수전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시멘트업계가 공급과잉인 상황에 건설경기가 확 좋아지기도 어렵다”며 “시장 1·2위라고 해서 가격 등 모든 것을 선도해 나갈 입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리 변동성 또한 변수다. 향후 금리가 어떻게 변동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금리가 인상된다면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쌍용양회는 순차입금만 약 1조2000억원으로, 인수자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멘트사의 조달금리는 역대급으로 낮은데, 그만큼 향후 이자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 업황까지 고려해 미래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면, 살만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