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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월06일 13:3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T렌탈 매각에는 '선수'(Professional)들이 참여했다. 어피니티ㆍMBK파트너스ㆍIMM PE 등은 M&A로 먹고 사는 이들이다. 롯데ㆍ일본 오릭스도 손꼽히는 고수다. SFA만 해도 투자시장을 찾은 경험이 많다. 대표이사부터가 씨티증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여기에 골드만ㆍJP모간ㆍ모간스탠리ㆍ씨티ㆍ도이치 등 쟁쟁한 IB도 가세했다.
속된 말로 '타짜'들이다. 게임의 룰에 익숙하면서 예측하고 대응하는 이들이다.
반대편 KT는 공기업 성격이 강하다. 조직도 경직됐다. 그러면서 5년 만에 CEO가 위에서 새로 내려오면 회사 정책이 싹 바뀌는 회사다. M&A 경력도 적어 전임 회장 당시에만 확장정책을 펼쳤다. 빠른 의사결정과 단호함, 혹은 오너의 의지가 주무기가 되는 M&A와는 어울리지 않는 회사다.
보통 '물건'이 좋고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파는 사람'이 협상의 우위에 선다. 그러나 KT렌탈 매각에선 이처럼 살 사람과 팔 사람의 내공 차이가 컸다. 그래서 매각자 주도로만 판세가 진행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런데 그간 과정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타짜 후보들이 KT에 휘둘렸다.
시작은 9곳이나 되는 후보를 본입찰 자격자(Short list)로 뽑을 때부터다. 당장 후보들 사이에선 '이게 무슨 숏(short)이냐'란 원성이 나왔다. 그래도 별다른 대안 없이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곧이은 예비실사 기간 동안. KT가 열어준 데이타 룸(Data Room)이 극히 부실했다. "KT렌탈이 차종별로 몇대의 렌터카를 보유하고,차종별 감가상각수준ㆍ이익이 얼마냐" 같은 기본적인 수치도 제공되지 않았다.
실사자료 부실 때문에 본입찰에 빠진 후보도 나왔다. 오릭스 일본 본사는 "도대체 이런 자료만 가지고 어떻게 수천억원을 쓸 수 있느냐"며 투자승인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문제가 확대, 한국타이어도 한때 본입찰 불참을 검토했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후보들은 별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본입찰 당일. 이번엔 '9000억원 후보'가 복수로 등장했다는 얘기가 시장에 확 퍼져 후보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이날 저녁엔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그 시끄러온 와중에서도 KT와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알아서 판단하라"는 모양새였다. 매각자 우위 현상이 지속됐다.
왜 매번 '타짜'들이 휩쓸렸을까?
한켠에선 M&A시장 이상과열 현상을 지적한다. 거래가 적고 소진할 자금은 많다는 이유도 거론됐다. 개중에 흥미로운(?) 설명이 "KT식 혹은 황창규식 M&A 법칙이 주효했다"는 점이다.
복수의 거래 관계자들은 "KT렌탈 매각에서 KT의 임원 또는 실무진의 적극적인 참여모습을 보기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매각주관사에 일을 맡기고 뒤에 물러선 모습으로 본 후보들도 있다. "극히 몸을 사리고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봤다는 의미다.
이유는 짐작하는 대로다. KT렌탈 매각은 조직의 보스(Boss)인 황창규 회장의 위신이 달린 문제다. 전임 회장과 '차별성'까지 주목 받는 사안이다. 잘만 처리한다면 큰 칭찬을 받을 일이지만 행여 거래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욕먹기 십상이다.
그러잖아도 전임 회장 사람이냐, 지금 회장 사람이냐를 놓고 '올레'냐 '갈래'냐로 나뉜다는 평을 받는 회사다. 복지부동으로 대변되는 공기업 문화도 여전하다. 조직문화에 지금 KT 분위기를 조합하면 "내가 매각을 책임지고 잘 성사시키겠다"고 나설 용장(勇將)을 찾긴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회장님께 매번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회장님 '심기'를 살펴 따르는 일이다. 그게 또 제일 안전하다. KT 조직문화를 접해본 투자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이를 수긍한다.
매각주관사의 태도도 이를 뒷받침했다.
CS는 인수후보들에게 "KT렌탈 매각에서 프로그레시브 딜을 예상하고 있겠지만 사실 어찌 될지는 모른다"는 우려를 몇 차례 표명한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인 민간기업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뜻. 말 나오는걸 워낙 싫어하는 기업이니 행여 "가격 올리려고 이상한 짓을 한다"라든가 "계열사 비싸게 팔겠다고 직원편의나 회사 부담은 무시했다"는 비난을 피하려 할수도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다보면 자칫 공기업이나 채권은행처럼 본입찰 결과 한 방에 승자를 가릴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나올 수 있다. 일반 민간기업 같으면 당연히 재입찰을 하겠지만 KT는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다는 소리다.
이번 매각 최대 수수께끼로 불린 '어피니티의 9000억원 제안'의 이유를 여기서 찾는 이도 있다.
프로그레시브가 확실한 거래라면 처음엔 7000억 또는 8000억원을 써내고 그 다음부터 '밀당'을 시도하는 게 게임의 룰이다. 처음부터 '최대치'를 내보이면 곤란해진다. 더 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아야 나중에 가격인상을 대비할 수 있다.
근데 KT가 예측불허라고 친다면? 최악의 경우 "7000억원? 그럼 1차서 빠지시오"라든가, 더 극단적으로 "500억원을 더 쓴 다른 후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단박에 뽑겠다"란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리 인수의지가 높고 자금력이 있어도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최대치에 육박한 가격을 써내는게 돌파구다. 인수의지가 높다면 어차피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인수에 쓸 돈의 규모가 비슷하다면 이 방식이 유리하다. 슬금슬금 따라올지 모를 다른 후보를 미리 기죽여 놓고 떨어뜨릴 수도 있다.
정말 이런 판단이었는지는 당사자만 알 일. 그러나 어쨌든 현재 어피니티는 재무적 투자자면서도 대기업을 능가할 최고 유력후보로 대우받고 있다. 물론 KT렌탈의 실제 기업가치는 차치하고서 오로지 인수성사 여부만 놓고 볼때 얘기다.
다소 과장된 감도 없지 않지만 의외로 이런 시나리오를 듣고서 고개를 끄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과연 KT가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기획하고 유도했을까. 시장 관계자들 대부분은 "당연히 아니겠지"라고 웃음 짓는다.
'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격'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도박판에 처음 참여한 '초보'가 예측 못한 행동을 비추며 타짜들을 휘두른 것으로도 비유된다.
한켠에선 우스갯소리로 'KT식 M&A법칙' 또는 'M&A에서 황의 법칙'도 언급된다. 요체는 간단하다. "예측불허를 조장해서 상대방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정도쯤 된다.
현재 그림대로면 어쨌든 KT는 KT렌탈 매각에서 높은 매각대금을 기대, 표정관리를 할 상황이다. 불과 2년 반전, MBK파트너스로부터 5300억원(지분 100% 가치기준)으로 잔여지분을 인수할 때 "실패한 M&A'라고 비난 받던 상황이 뒤집혔다. 사내 교본을 다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매각주관사 CS는 8000억원 이상에 매각해야 높은 성공보수를 받기로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그 희망을 이룰 가능성도 매우 높다.
[Invest Column]
인수후보 대다수 경험많은 프로들 불구, KT에 되레 이끌려
예측 어렵고 공기업적 의사결정 구조가 되레 효과(?)를 봤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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