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외형 확장 시동거는 롯데, 위험 요소도 확장中
입력 15.02.27 07:00|수정 15.02.27 07:00
올해 7.5조 최대 규모 투자 계획
KT렌탈 인수로 M&A 기조 변화
롯데쇼핑에 재무부담 가중 우려
투자에 앞서 신뢰 쌓기 선행돼야
  • [02월25일 10:1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롯데그룹이 다시 한번 대대적인 외형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롯데는 국내 자동차렌탈 1위 KT렌탈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유통과 석유화학 등 그룹의 주력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의 M&A 성적표가 좋지만은 않다는 점, 주력기업 롯데쇼핑의 재무부담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로 떨어진 그룹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 대규모 투자계획·KT렌탈 인수 등 외형확장 기조 천명

    롯데는 올해에만 총 7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룹의 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이다. 유통부문에 3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 중화학·건설부문 1조5000억원, 관광·서비스부문 1조1000억원, 식품부문 1조원이 배정됐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며 "트렌드 변화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롯데의 투자확대 기조는 당장 M&A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롯데는 LIG손해보험 인수에 총력을 다했지만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7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제시하고도 KB금융그룹에 뺏겼다. 올해 M&A 최대 딜(Deal) 중에 하나인 KT렌탈 매각에선 달랐다. 초반에만 해도 롯데는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현재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랬던 롯데는 인수가격 1조500억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롯데는 세계적인 면세점 기업인 이탈리아 WDF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롯데가 M&A에 재시동을 걸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행 중인 각종 매각건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을 소유할 수 있는 금호산업 매각에도 이름을 올렸다.

    ◇ M&A 성공사례만 있지 않아…롯데쇼핑 재무부담도 우려

    롯데의 외형확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의 M&A가 성공적인 사례만 남긴 것은 아니다. 2012년에 인수한 하이마트(現 롯데하이마트)는 2013년 하반기부터 롯데마트에 입점하는, 숍인숍(Shop in Shop)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숍인숍 형태의 하이마트는 전체 점포 수의 5분의 1에 달한다. 숍인숍이 늘면서 기존 로드숍(Road Shop)과 영업구역이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숍인숍 매출은 중복 점포로 부진하고 로드숍 부진도 지속되는 이중고에 처했다. 가전제품의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에 대한 매력도도 낮아졌다.

    그 결과 하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2% 감소한 144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하락이 이어지자 롯데는 3년간 하이마트를 이끈 한병희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이동우 롯데월드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유통업에 대한 확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재무부담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지난해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각각 Baa2,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성장 전략을 꼬집었다.

    롯데쇼핑은 점포 매각 등 자산유동화로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 출점과 확장, 해외 부문 적자 확대, 그리고 KT렌탈 인수 등으로 자금소요는 계속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T렌탈 인수에서 지분 인수 규모에 따라 KT렌탈 실적이 롯데쇼핑 연결기준으로 잡히게 된다"며 "이럴 경우 1조8000억원가량의 KT렌탈 차입금이 롯데쇼핑에 포함돼 재무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외형 성장에 앞서 그룹 신뢰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타워의 완공이 눈앞에 있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대규모 투자도 투자지만, B2C 중심의 롯데는 떨어진 그룹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