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위기감 커진 LG화학, '소재'에 승부 걸다
입력 15.03.02 09:30|수정 15.03.02 09:30
[Weekly Invest] [LG화학 여수공장 르포]
SAP·EP·자동차배터리 등 소재사업서 2018년까지 매출 12조원 목표
무기소재·태양전지 등 미래 소재사업도 육성…R&D투자 및 관련 인력 확충
박진수 부회장 “2020년에는 석화사업 비중 60%, 신사업 비중 40% 되길 희망”
  • [03월01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지난해에도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경영환경은 험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졌고, 제2의 내수시장인 중국의 자급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유가급락으로 제품가격도 떨어지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

    상당수의 화학업체들이 실적악화를 겪고 있다. 업계 1위인 LG화학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4년 전부터 수익성은 계속 떨어졌고, 최근 2년간은 매출도 줄었다.

    회사는 미래사업으로 육성 중인 소재에 승부를 걸었다. 당장 3년 내에 매출을 두 배로 키운다는 목표 하에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에 한창이다.

    지난달 27일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는 각종 생산설비들이 새하얀 증기를 뿜으며 한창 가동 중이었다. 이 중 석화제품 생산의 출발점인 나프타분해설비(NCC)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수많은 파이프가 얽힌 17기의 분해로가 한쪽 대로변을 꽉 채왔다.  거대한 생산라인 곁에 서자 온기가 느껴졌다.

    이병민 NCC생산팀장이 분해로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해치를 열자, 시뻘건 불길이 150여개의 파이프를 달구고 있었다. 내부온도는 약 820℃. 단열처리로 느끼지 못했던 뜨거운 열기가 얼굴로 전해졌다.

    이 팀장은 "약 370만톤의 나프타가 매년 이곳에서 분해돼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BTX 등 각종 석화제품의 기초원료로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 회사의 성장 소재사업 중 하나인 고흡수성 수지(SAP)도 NCC를 통해 생산되는 제품 중 하나다. SAP은 나프타 분해 등을 거쳐 나온 가성소다(CA)와 아크릴산(AA)을 원료로 생산된다.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좋아 주로 유아용·성인용 기저귀에 사용된다.

    SAP 공장은 NCC와 같은 용성단지 내에 있다. 반응기 등 주요 설비들이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제2 SAP공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비로소 생산과정이 눈에 들어왔다. 반응기 안에서 아크릴산과 가성소다의 반응으로 만들어진 SAP가 백색가루 형태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생산된 SAP은 공장 맞은편에 있는 자동창고로 옮겨진다. 창고 안에선 지게차들이 1톤짜리 포대자루에 담긴 제품들을 컨테이너차량으로 옮기고 있었다. 제품의 90%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SAP 시장이 매년 6%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코오롱으로부터 해당사업을 인수한 2008년부터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생산능력은 연 28만톤이며, 올 하반기 제4공장의 증설이 끝나면 생산능력은 연 36만톤으로 늘어난다.  

    투자가 한창인 소재사업은 SAP만이 아니다. LG화학은 현재 사업화한 소재분야에서 12조원의 매출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지금 매출은 6조원 수준이다. SAP를 비롯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수처리·자동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ESS)·웨어러블용 배터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사진)은 이날 여수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보다 먼저 경쟁력 있는 소재를 보유한 집단이 항상 세상을 주도했다”며 “미래시대를 대표할 신소재를 창조할 것이며 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개발에도 한창이다. LG화학은 무기소재·태양전지·연료전지용 소재·혁신전지 등을 미래 소재로 삼고 R&D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R&D투자 규모는 6000억원이며, 2018년에는 9000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같은 기간 관련 인력도 1000명 더 늘릴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2018년 해당사업들을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에는 매출 10조원 이상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 부회장이 직접 나서 본격적으로 소재사업 육성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해말 조직개편을 통해 소재사업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본부의 명칭을 기초소재사업본부로 바꿨다. 재료사업부를 신설해 3개 사업본부(석화·정보전자소재·전지)와 별도로 소재개발을 전담할 곳을 만들었다.

    지난 1월에는 무기(無機) 나노소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이진규 서울대 교수를 회사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무)으로 영입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달부터 중앙연구소에서 신개념 전지소재와 유·무기 하이브리드 복합체 등 무기소재 관련 연구를 총괄하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은 "미래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선 다른 부분의 성장폭이 더 커야 한다"며 "2020년에는 현재 75% 정도인 석화사업 비중이 60%가 되고, 나머지 40%는 새 사업으로 채우면 좋겠다"고 말했다.